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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화성시장이 인터뷰에서 화성시 균형 발전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균형발전이란 서부를 동부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서부를 고루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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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 같은 시장이 되겠습니다."

'동장 같은'이라고 하면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시민과 가까운, 열심히 일하는' 정도의 의미를 지닌, 새 시장 당선인의 마음가짐을 나타내기 좋은 표현이다.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고 해서 진짜로 동장 같은 시장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투표로 당선된 시장과 고과로 승진한 동장은 속성이 다르고 서로의 사정을 다 알 수 없으니 같아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명근 화성시장이 이 말을 하면 진담이 된다.

4년 전 동장이었던 그가 시장이 됐다. 읍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정 시장은 경기도청을 거쳐 다시 화성시청에서 일했다. 동탄4동장이 공무원으로서 그의 마지막 보직이었다. 2018년 명예퇴직을 하고 국회의원 보좌관이 됐다. 국회의원과 시민을 연결하는 '민원 전문가'로 이름이 난 지난 4년 동안은 화성시장으로 가는 길을 내는 시기였다.

동탄4동장 역임후 퇴직… 국회의원 보좌관 맡아 '민원 전문가' 명성
'화성균형발전특위' 설치 추진… 동쪽에 '보타닉 가든' 트램과 연계
'수원 군공항 이전' 정부 국제공항 계획 연계 가능성 주민의견 수렴
"시장이 시민 행복 직접 챙길것"… 취임 1호 결재 '자살예방 핫라인'


정 시장을 알고 지낸 사람들은 그를 두텁게 신뢰한다.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화성시장 후보로 출마를 고민하던 때 지인들은 "자네 같은 사람이 해야지"라는 말로 그를 응원했다. 동장 같은 시장이 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은 믿음직하다. 언제나처럼, 전과 다름없이 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동장 같은 시장과 더불어 '동네 아저씨 같은 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 또한 잘 해내리라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정 시장을 오래 알고 지낸 화성사람 김모씨는 그를 '오뚝이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뚝심도 있고 균형도 잡혔다는 평이다. 두루두루 여러 말을 들으면서도 중심을 잃는 법이 없고, 바로 서되 한곳만 보지 않는다. 웃음기 어린 천진한 얼굴로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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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화성시의 균형발전을 약속했다. 동과 서를 똑같이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정 시장은 "균형이라고 해서 꼭 수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필요한 것에 대한 요구에 대응해 주는 것이 균형발전"이라고 말했다.

화성의 동쪽, 동탄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출퇴근이 용이하도록 교통 인프라를 확대하고 문화여가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쪽에는 생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 그는 "하루에 버스가 두 번 들어오는 동네는 세 번 들어가게 하고, 도시가스 보급이 안 된 곳에 도시가스를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화성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회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전략을 개발 및 추진하는 한편 정 시장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한다.

정 시장은 동쪽에는 도시형 공원인 '보타닉가든'을, 서쪽에는 테크노폴을 조성할 것을 공약했다. 테크노폴(technopole)은 연구·교육기관과 산업체들을 함께 모아놓은 첨단기술 집적도시를 지칭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크노폴의 핵심 요소는 젊고 유능한 인재, 넓은 토지, 첨단기업 및 제조업, 수준 높은 연구소, 이공계대학교, 쾌적한 주거환경 및 복지, 편리한 교통 등이다. 정 시장은 화성의 서부가 이 같은 요건들을 이미 갖추고 있거나 근접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보타닉가든은 동탄1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사이에 소재한 반석산 근린공원, 오산천, 여울공원, 습지공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조성된다. 약 99만1천735㎡ 규모의 녹지공간으로 융합시키고 오는 2027년 개통 예정인 트램사업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화성 전체를 아우르는 공약도 물론 마련했다. 국가광역철도망을 신속히 추진하고, 바이오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종합병원 유치와 세계적 수준의 화성국제테마파크 추진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특히 지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에 관해서는 화성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정 시장은 "그동안 수원비행장의 이전에 대해 화성시가 배제된 상황에서 화성시 화옹지구로 수원시 소재 군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군공항만 이전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 "정부의 국제공항 건립계획 등과 연계된다면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해 공식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시장은 시민의 행복을 바란다. 정 시장 역시 시민들이 화성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물었다. 중국 유학시절이라고 답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경기도청 공무원 신분으로 중국 교환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베이징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낯선 중국에서의 생활과 학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하는 것은 '아무 걱정 없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 시장은 "그 시절은 그야말로 화양연화였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학업을 하면서도 생계 걱정이 없고, 오랜만에 부담감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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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화성시장이 가장 행복했던 때로 꼽았던 중국 유학시절 가족사진. 그는 2000년대 초반 경기도청 공무원 신분으로 중국 교환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베이징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정명근 화성시장 제공

정 시장은 시민의 행복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 그는 "시장의 역할은 철도를 놓고 도시를 세우는 국가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행복을 챙기는 데 있다. 이게 지방자치의 특성이고 묘미다. 어떤 시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제 시민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균형발전이라는 청사진 옆에 나란히 자살방지 핫라인을 두었다. 취임식날 1호 결재로 '자살예방 핫라인'을 선택했다. 중앙정부가 아닌 기초지자체 차원의 정신건강상담 핫라인을 설치한 것은 화성시가 전국 최초다. 24시간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엔 시장과의 면담까지도 가능하다.

정 시장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화성시에서만 이틀에 한 분이 자살하는 현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은 가정불화, 경제적 빈곤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시 공무원, 시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관계자와 면담하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을 통해 희망을 주고, 시민의 삶을 행복하게 바꾸는 시정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화성/김학석·민정주기자 marskim@kyeongin.com

■약력

▲경기도청·화성시청 공무원
▲권칠승 국회의원 보좌관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