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통령 잘 지내고 있지요? 옛날부터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인데 갇혀 살기 힘들 텐데 어떻게 푸는지…."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기간 검찰에서 같이 일한 한 지인을 만났는데, 걱정을 꽤 많이 하더라고요. 오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찌 지내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기자라고 다 알 수 있나요.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기간 검찰에서 같이 일한 한 지인을 만났는데, 걱정을 꽤 많이 하더라고요. 오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찌 지내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기자라고 다 알 수 있나요.
검사 시절부터 즐긴 '산책'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시절 유독 '산책'을 좋아했답니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용산 대통령실 앞 경내를 돌았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고, 한강 둔치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도 보였지요.
어떤 이는 쇼한다고 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체질적으로 걸어야 하고, 그래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모양입니다.
검사 시절 전용 차량이 지급 되기 전까지만해도 서초동 자택에서 걸어서 검찰청사로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정치권에 들어와 대선 후보 경선 때 서울 시내 골목길을 많이 훑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참 평범한 '아저씨'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천안함 모자를 눌러 쓰고 개 줄을 잡고 서초동 법원 뒷산을 산책 하는 모습도 이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대식가인 데다 덩치도 크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는가 보다 했는데, 이 얘기를 들으면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많이 갑갑해 하는 성정이라, 순간 요새는 어떻게 푸는지 기자도 궁금해 지더군요.

이곳저곳 전화 취재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시간만 있으면 걷는다고 합니다.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면서 대통령실 앞뜰을 경호처장과 자주 도는 모습이 직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답니다.
지난번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주말에 부인과 함께 광장시장에 나와 음식을 사들고 가면서 남산 한옥마을을 돌고 갔다는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김 여사와 극장에 나와 회포를 푸는 것도 같은 연유인 거 같습니다.
'산책'을 해야 하는 체질, 집에 넋 놓고 있지 못하는 성정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파트 지하 골프 연습장에 나타난 대통령
그러던 차에 엊그제는 윤 대통령이 '사저' 아파트 지하 골프 연습장에 내려와 한 20여 분 연습스윙을 하고 올라갔다는 소문을 듣게 됐는데, 대통령의 자리가 참 제약이 많은 걸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대통령이 지하 골프 연습장에 나타났으니 주민들은 어땠을까. 놀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진 찍으려 했겠지요. 안봐도 흔하지만, 경호원들이 사정 사정을 하며 협조를 구하며 쉬쉬했겠지요.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 있나요. 얼마나 집에서 갑갑했으면 지하 골프 연습장까지 내려왔을까.
아마 외출하게 되면 경호팀이 움직여야 하고 국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여러 번의 지적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자리라는 게 결국 '구중궁궐의 심처'가 돼 버렸네요.
당선인 신분 때만 해도 아파트 공동목욕탕에 한 번씩 내려 왔는데, 이제 목욕탕 출입은 '언감생심'(?). 경호원이 따라 붙어야 하니 벌거벗은 몸으로 들어가기도 민망하겠지요.
9시 퇴근과 한남동 관저
퇴근도 쉽게 못 한다고 합니다. 출·퇴근길 교통 통제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까 봐 아예 퇴청 시간을 늦추고 있답니다.

일반 시민들의 퇴근 시간이 다 끝날 즈음, 9시 정도 되면 그때야 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그 시간까지 도시락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주로 전문가들을 불러 현안 미팅을 한다고 합니다.
대통령 부속실이나, 언제 호출받을지 모르는 비서관실의 직원들 사이에서 '김밥'이 질린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데 다 속사정이 있었네요.
그래서 대통령 관저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달 말까지는 한남동 '관저'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모델링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과거 청와대 관저 보다는 한 200평 정도 적지만, 기능상 필요한 부분들은 다 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무동과 주거동으로, 밖에서 보면 2개 동이지만 통로가 연결돼 실제로는 하나의 건물이라고 합니다.
과거 외교부 장관 공관이었으나 대통령실의 업무 공간을 만들어 퇴근하면 거기서 집무실처럼 사용하고, 회의도 하고, 연회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운동시설은 굳이 만들지 않았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책할 길이 있어 그냥 활용만 하면 된다더군요.
이왕이면 '산책 코스를 좀 만들지 그랬냐'고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돈 만 좀 있으면 그 안에 산책 코스도 근사하게 하여 드려, 운동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데 돈이 없다"고 넋두리를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보다는 못하겠지만, 원래 여기가 육참, 해병대 사령관, 외교부 장관 공관이 연결돼 관저 주변을 잘 개발하면 사람들하고 산책하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얼마나 좋겠냐"며 "기본적으로 야당에서 그 필요성보다는 뭐하러 청와대를 비우고 나왔느냐고 공격하니 일을 못 벌인다"고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배는 떠났고 그 배가 순항을 하길 바라야죠. 이게 예산의 문제 이런 거 보다는 국격의 문제로 보고 맨날 정치적 공격을 하기보다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청와대에선 나왔고, 그러면 국격에 맞게 대통령이 진짜 국정을 잘할 수 있게끔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얼마 전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대통령 관저 활용법이라는 칼럼(4월 28일자 19면 보도=청와대 관저, 국격 높이는 외교무대로 활용하자)을 쓴 적이 있는데, 한남동 관저도 더 성숙한 명소로 활용됐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