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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테러의 주요 대상이다. 테러의 명분은 정치 신념과 노선으로 포장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정치테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암살이다. 로마 제국의 기틀을 세운 카이사르는 황제 즉위 직전 브루투스 일당의 칼날을 받았다. 황제를 거부하고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이었지만 본질은 권력 투쟁이었다.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차기 황제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은 끔찍한 재앙으로 번졌다. 양국간의 전쟁이 1차세계 대전으로 번져 1천500만의 병사와 민간인이 희생됐다.

우리도 해방정국에서 좌익의 적색테러, 우익의 백색테러가 횡행했다. 이승만의 정적인 김구와 여운형은 암살당했다. 김구 암살범 안두희는 잠시 복역한 뒤 군에 복귀해 소령으로 예편했지만, 1996년 버스기사 박두서의 몽둥이 세례에 숨졌다. 몽둥이엔 정의봉(正義棒) 글자가 선명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암살의 배후에 침묵했다.

가장 미스터리한 정치테러는 1963년에 벌어진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는 이틀 뒤 감옥으로 압송되던 중 잭 루비에게 살해당했고, 잭 루비는 감옥에 수감된 지 두 달만에 암으로 병사했다. 암살 배후를 추정하는 음모설이 그치질 않는다.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백주 대로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의 범행 이유가 황당하다. 어머니가 전 재산을 헌납한 종교단체의 확산이 아베 때문이었다니 말이다. 허술한 경호도 도마에 올랐다. 피해망상에 빠진 보통 사람의 수제 권총에 일본 정계의 거물이 쓰러진 것이다.

정치적 적대감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계적 풍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현직 대통령을 향한 확성기 시위는 테러 수준이다. 민주당원인 20대 남성 유튜버는 같은 당의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자택을 표적으로 공개했다. 성범죄집단 n번방을 폭로해 보복 위협에 시달렸던 박 전 위원장이다. 충격이 클 것이다.

적대적인 정치환경은 정치테러의 온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테러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3D 기술로 권총까지 만드는 기술의 진보는 아찔하다. 요인 경호도 중요하지만, 적대를 선동하는 사람들을 퇴출시키는 정치권의 결단도 시급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