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인천 서구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노동자들이 폭염에 취약한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 서구 오류동에 있는 쿠팡 인천 1센터에서 제품 입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A씨는 이달 들어서 날마다 온도와 습도를 재고 이를 사측에 알리고 있다.
그는 "평균 실내온도는 30도가 넘고, 습도는 60% 이상인 날이 많았다"며 "찜통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사측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균 실내온도 30도 넘는데도
작업장 냉방용품은 선풍기뿐"
勞, 전국 대부분 폭염 취약 지적
쿠팡 노동자들은 무더운 작업장에서 연일 계속되는 습한 날씨와 폭염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일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주간에만 150명 가까이 근무하는 이 물류센터에서 더위를 식힐 만한 냉방용품은 작업장 곳곳에 놓인 선풍기뿐이라는 것이 노동자들 설명이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고장난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또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공간은 비좁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동자 B씨는 "에어컨이 있는 휴게공간이 층마다 설치돼 있긴 한데 성인 남성 2~3명이 들어가면 꽉 찬다.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쓰기엔 한계가 있다"며 "물류센터 안에서 더위를 피할 공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쿠팡은 2014년부터 주문 시 24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품 입고와 출고, 상하차 등을 담당하고 있다. 쿠팡은 인천의 경우 서구 오류동과 인천국제공항, 연안부두 인근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폭염에 취약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 최효 부분회장은 "온열 질환 등이 생길 우려가 있어 계속 사측에 냉방기 설치 등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사측에서는 냉방기 설치와 휴식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조활동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기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쿠팡 노동자들은 에어컨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 주변 거리에서 행진시위를 벌인 데 이어 23일에는 본사 로비를 점거하기도 했다.
업체 "에어컨 휴게실 층마다 운영"
사측은 물류센터에 냉방기를 가동하는 등 폭염 대책을 적절히 시행하고 있다며 노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최근 경인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을 층마다 운영 중이며, 대형 실링팬과 에어서큘레이터 등 냉방기기도 여러 대 설치했다"며 "얼린 생수와 아이스크림 등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노조 활동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기준 미달로 인한 정당한 계약해지 절차였다"며 "노조가 거짓 주장과 로비 점거 등 불법 행위를 당장 멈추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혜윤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차장은 "쿠팡 물류센터는 보통 축구장의 60배 크기인데 환기가 잘되지 않아 실링팬과 에어서큘레이터는 냉방기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층마다 설치된 휴게공간도 노동자들이 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