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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의정부 고산초에서 열린 학생배치 계획(안)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2022.7.20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초등학교 부족으로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의정부 고산지구(7월21일 10면 보도=고산 학생배치 설명회 '욱여넣기' 불만 폭발)가 고등학교도 부족해 앞으로 상당기간 대다수 학생이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27일 경기도교육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9천605가구, 2만5천여 명이 거주하도록 조성된 고산지구엔 애초 고등학교를 짓기 위한 단독 용지가 산곡동 319번지 일대에 계획돼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입주 시기에 맞춰 LH로부터 해당 용지를 매입해 고등학교를 지어야 했지만 도교육청은 2017년 LH에 매수 포기 의사를 밝히고 유보지 전환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LH의 요청과 예상되는 학생 수요·예산 문제와 교육부의 지침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으며 '고등학교가 필요해지면 다시 요청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유보지로 전환된 고등학교 용지에 대해 LH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활용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설립용지 매입 포기
2025년 이후 학생 유입 보고 검토

결국 현재로선 고산지구 내 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으며 이곳에 사는 고등학생은 최소 수㎞ 떨어진 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한다.

오는 2023년 개교를 앞둔 훈민중학교를 중·고 통합학교로 전환해 운동장 옆 유휴부지에 18학급 규모의 고등학교 건물을 짓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으나 확정되진 않은 상태다. 도교육청과 의정부교육지원청은 오는 2025년 이후 학생의 유입 추이를 보고 추가 고등학교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자 고산지구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인 주민들은 고산지구 내 고등학교 마련과 학군분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구도심 학교를 이전하는 것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한 주민은 "(고등학생이) 가까운 민락동 지역으로 배정되면 그나마 낫지만 학교가 몰려있는 구도심으로 배정되면 버스를 갈아타며 등하교에만 매일 2시간 가까이 고생해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신도시를 개발하면 최소한 초·중·고가 한 곳씩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어떤 형식으로든 아이들의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학교를 지을 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규정에 묶여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것은 어른으로서 못할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2시간 원거리 통학 고생"
학부모, 반발… 학군 분리 등 요구

교육청은 그러나 난색이다. 의정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여건상 고등학교 신설 및 학군 분리는 단시간 내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학생들의 통학 여건은 지자체와 협의해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주거지로부터 법정 통학거리가 설정된 초등학생과 달리 고등학생은 학군 내(의정부의 경우 단일학군으로 시 전체) 어디든 배치될 수 있다"면서 "의정부 구도심 지역에선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학군 전체로 봐선 고등학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