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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건축가 정약용과 김동훈

입력 2022-07-28 19:33 수정 2022-08-05 14:0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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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정약용과 김동훈은 시대를 달리하는 건축가다. 정약용(1762~1836)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고, 김동훈(1955~)은 현재 대학교수 출신으로, 이 둘은 200여년이라는 역사와 시대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수원에서 획기적인 건축물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실행한 건축가로서 정약용과 김동훈은 공통점이 있다. 정약용의 수원화성 축성과 김동훈의 수원시 연화장이 그것이다.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은 방어기지로서 백성들의 안보와 치안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근대적 건축물이다. 반면 혐오시설에서 향수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수원시 연화장은 무연, 무취시설로서 망인과 유가족을 위한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 있는 전위시설의 현대적 건축물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배후에는 정치·문화적으로 발현하고 주관한 현자를 찾을 수 있는데 수원화성의 정조대왕과 수원시 연화장의 고 심재덕 시장이다. 수원화성은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이장하면서 왕권 강화와 함께 안전하고도 새로운 정치적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신도시의 축성을 설계하고 감리할 수 있는 정약용이 발탁되었고, 정약용은 10년 예상되는 공사를 2년 반 만에 완공하고 공사비용도 4만냥을 절약하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수 세기가 흐르는 동안 수원화성은 문화적 기능과 예술적 가치까지 추가되어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미래의 인류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수원서 건축물 설계 실행한 공통점
정약용은 수원화성·김동훈은 연화장
백성·나라… 지역 중요시했던 철학


장사문화인 매장과 다르게 화장에 관한 인식은 2001년 수원시 연화장 개장 전후로 바뀐다. 수원시 연화장이 있기 전에 화장은 무연고자 또는 가난하고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망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이 같은 화장 풍토를 첨단시설을 통해 장사문화의 패러다임을 있게 한 인물이 심재덕 시장이고, 김동훈은 연화장의 선진적 설계를 한 장본인이다. 다만 이것은 정치적 발탁이 아니라 공모전을 통해 민주적 채택 방식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38.5% 화장률에 지나지 않던 것이 21세기 들어와 91.7%라는 장사문화의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수원시 연화장 건립에 앞장선 고 심재덕 시장은 물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육신이 하늘로 돌아간 곳이기도 하다.

이같이 수원은 정약용과 김동훈 같은 건축가들에 의해 축성되고, 복원되며 삶을 공유하는 기억의 공간 도시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철학을 통해 심상을 살필 수 있다. 정약용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 없이는 학문도 문학도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이 말은 자신을 지탱하는 것은 '백성'과 '나라'라는 데서 비롯된다. 그만큼 자신의 지식과 학문이 아무리 박식할지라도 그 중심에는 함께하는 세계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게다가 그러한 세계를 위한 실천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 그가 가진 실학사상의 원천으로 보여진다.

김, 창의적 건축물 아이디어 모색
'도시계획 전문가 시장' 일맥상통


김동훈의 건축 철학은 "건축사의 전문지식은 지역을 위해 구현할 때 생의 건축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지식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이나 출세의 수단으로 쓰인다면 기능인 또한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을 길러준 지역 속에서 건축사의 전문지식이 현출될 때 비로소 삶의 가치가 감각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수원시 연화장 같은 기피시설인 화장실을 명품 화장실로 거듭나게 했다. 수원 광교산 초입에 있는 반딧불 화장실은 볼일만 보고 나오는 공중화장실의 개념을 타파했다. 자연과 더불어 공간 예술을 구현한 반딧불 화장실은 만남과 휴식의 장소로서 재구성되었고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수 많은 국가에서도 벤치 마케팅을 하면서 화장실 관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동훈 건축가는 그동안 재직했던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정년을 했다. 그리고 그의 철학처럼 자신의 전문지식을 수원에서 구현하기 위해 창의적인 건축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때마침 수원에서 도시계획 전문가가 시장이 되었다. 부시장 시절부터 도시공간을 활용해 수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했던 그의 정치 철학은 왠지 김동훈의 건축 철학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정조나 고 심재덕 시장이 바라보았던 세계 너머 세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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