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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 양주시 남면, 아이디어 실험 '리빙랩' 안착

공원·마을학교, 주민 손으로 지역 '인프라 혁신' 불을 켜다
입력 2022-07-31 21:44 수정 2022-08-05 11:36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8-0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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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문제를 주민들의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리빙랩(Living Lab)'이 국내에 도입되며 지역 풍토에 맞게 서서히 안착하고 있다.

리빙랩은 쉽게 말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리빙랩의 시작은 디지털이나 IT(정보기술) 등 기술 기반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사회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알린 건 2018년 무렵으로 지역사회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전국 지자체에 전파돼 최근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공공기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문제까지도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리빙랩은 지역성과 개방성, 주도성 및 책임성, 실험성 등이 특징이자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서 실험성은 아이디어 적용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 아이디어의 실험에 드는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하는 데,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부분으로 리빙랩 성패의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양주시 남면 입암천 청정하천
양주시 남면 주민들은 꽃 양묘장을 조성, 직접 기른 꽃을 마을 거리 곳곳에 심어 도시 미관을 가꾸고 있다. /양주시 제공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양주시는 경기 북부지역 중소 도시 중 리빙랩 활용이 활발한 대표적인 지자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 정부나 경기도 평가에서 비슷한 인구 규모 도시 중 최상급에 속한다. 경기도로부터는 리빙랩 초창기인 2018년부터 4년 연속 '제안 활성화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리빙랩은 양주시가 시민 생활개선으로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전체 읍·면·동마다 주민들의 제안을 모집하고 실험하는 리빙랩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남면은 경기 북부지역을 통틀어서도 모범적인 지역으로 손꼽힌다. '지역사회 혁신을 이끄는 실험'으로 불리는 리빙랩이 도시와 농촌생활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본다.

■ 지역 특성과 환경 최대한 활용


양주 남면은 2020년 말 기준 36.54㎢의 넓은 면적에 인구 7천여 명의 10개 리로 구성된 지역이다. 생산시설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인구성장이 더딘 곳이다. 원래 논농사가 번창한 '양주의 곡창지대'였으나 1990년대 후반 들어 공장이 하나둘 들어서며 이제 대규모 산업단지가 곳곳에 들어선 산업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곳은 농업용으로 사용하던 저수지와 문화재가 산재한 목가적인 풍광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환경조건에도 인구가 적고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돼 있지 않아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불편한 점을 안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여건이 양주지역의 신도시와 비교해도 열악한 수준이다.

입암천에 친수공간 조성 직접 제안
'경기형 청정하천' 선정 100억 확보
서명운동·개발계획 설계 주축 참여
"열린 공간 활용 관광수입도 기대"


남면은 이를 개선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리빙랩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이곳에 상당히 적합해 보였고 기대 효과도 컸다. '내가 사는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데 주민들도 적극 호응했고 이렇게 주민협의체가 구성되고 리빙랩의 조건이 갖춰지게 됐다.

첫 번째 해결과제는 지역에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없다는 문제였다.

주민들은 고민 끝에 남면을 가로지르는 입암천에 친수공간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실 이는 오래전부터 지역 차원에서 제기된 안건이었으나 매년 지역개발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마음에만 품고 있는 주민 숙원사업이 돼버렸다. 이번 제안이 과거와 크게 다른 점은 주민이 직접 나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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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남면 주민들이 입암천에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양주시 제공

주민들은 리빙랩을 통해 이를 추진키로 하고 입암천을 주민들이 여가를 누리고 관광지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데 뜻을 모았다. 남면도 주민들이 낸 아이디어를 사업화했고 결국 지난해 '경기형 청정하천 공모'에 선정되며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사업비를 확보하는 결실을 보게 됐다.

그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서명운동을 벌였고 입암천의 미래 모습을 그리는 개발계획 설계에까지 직접 참여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주민의 손을 거쳤고 양주지역 리빙랩 활동 중 최대 성과로 꼽힌다. 마을 하천에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작은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노력으로 하천 개발이라는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남면 관계자는 "입암천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역의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관광지로서도 손색이 없어 지역에 상당한 관광 수입도 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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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남면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해 남면 입암천이 경기형 청정하천사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양주시 제공

■ '마을이 학교다' 주민들이 바꿔 놓은 교육환경


양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남면에 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환경이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돌봄 기관과 방과 후 교육을 수행할 만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돼왔다.

주민들의 아이디어 보고인 남면 리빙랩은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주민들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나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조금씩 모여 큰 밑그림이 완성됐다.

돌봄기관·방과후교육프로그램 부족
맞벌이 초교 자녀 토요일 체험학습
드론축구·승마… 시즌 2까지 진행
산단 환경오염 개선사업도 구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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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남면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토요마을학교를 통해 드론 축구를 체험하고 있다. /양주시 제공

이렇게 탄생한 게 '감동이 토요마을학교'다. 지역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체험학습을 하는 돌봄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이 재능기부로 교사가 되고 남면 전체가 학습장이 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프로그램은 드론 축구교실, 마을체험, 승마장 체험, 심폐소생술 교육, 폼클레이 꾸미기, 굴렁쇠 굴리기 등 다양하다. 처음 주민들이 예상한 것보다 참여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 지난해 벌써 시즌2까지 진행됐다.

학생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애향심을 느끼게 되고 학교에선 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데 크게 만족해했다. 토요마을학교도 프로그램 개발과 구성, 교사 섭외 등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이끌어가며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 공동체와 리빙랩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남면 리빙랩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주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4곳)가 몰려 있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보이며 지역 환경 개선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공장지대로 알려진 남면을 친환경 지역으로 만들어 지역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남면 관계자는 "남면은 양주시의 그 어느 지역보다 애향심이 강한 곳으로 리빙랩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며 "지난해 양주시의 제안 활성화 부서 평가에서 남면이 최우수 부서로 선정될 만큼 주민들이 매우 적극적이고 단합력이 강한 것이 리빙랩의 성공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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