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일대에서만 생산됐던 자채벼는 밥맛이 유별나게 좋아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는데, 기름진 논에서만 자라고 특수한 재배 기술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민요 중 사설방아타령에도 '여주이천 자채벼'가 등장할 정도다.
쌀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천 쌀이 전국구 쌀로 거듭난 데는 '임금님표' 브랜드가 붙으면서다. 1993년 이천농협에서 처음으로 '임금님표 이천쌀' 브랜드를 쓰기 시작해 1995년 농산물로선 처음으로 브랜드 상표를 등록했다. 이천 쌀이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됐다는 여러 문헌을 토대로 '임금님표'라는 명칭을 붙였다.
그 옛날 자채벼는 자취를 감추고 오래도록 경기 쌀의 주축인 추청이 이천에서 재배됐지만, 지금은 새 벼품종인 해들과 알찬미가 '임금님표 이천쌀'을 구성한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부터 국산 벼품종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내에서 번졌고 농촌진흥청과 이천시, 농협이 합심해 2016년부터 품종 개발에 나섰다.
새 벼품종 '해들·알찬미'로 구성
병충해 강하고 친환경 농법 적합
전국 첫 지리적 표시 등록품 지정
그 결과 선정된 게 조생종인 해들과 중만생종인 알찬미다. 해들은 고품과 강원4호, 알찬미는 주남과 칠보를 각각 교배해 개발한 것이다. 모두 추청보다는 밥맛이 부드러운데, 알찬미보다는 해들이 더 부드러운 편이다. 새 품종을 개발할 때 소비자와 농민 등 수요자들이 참여한 게 특징인데 명칭 역시 공모를 거쳤다.
벼 자체도 병충해에 강하고 키가 추청보다 작아 도복의 위험이 적어 수확량이 충분하고 친환경 농법에 적합한 점이 특징이다. 이런 점에 힘입어 알찬미는 2020년 농촌진흥청 '최고품질 벼'에 선정되기도 했다.
품종을 교체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체 이후 농민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호평했다는 게 (사)임금님표이천브랜드관리본부 측 설명이다. 올해는 특히 '임금님표 이천쌀'에 의미있는 한 해다. 벼 품종을 전량 해들과 알찬미로 교체하는데 성공해서다.
쌀 자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지만, 그 뒤에는 고품질을 유지하고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천시와 농협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있다. 전국 최초로 이천 쌀을 지리적 표시 등록품으로 정한 게 대표적이다.
'임금님표 이천쌀'의 브랜드 사용 권리를 이천시와 각 지역농협만 소유해 농협에서 관리하는 쌀에만 해당 브랜드를 부착하는 점도 특징이다. 가짜 이천쌀을 방지해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다.
'임금님표 이천쌀'의 밥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전용 밥솥을 쿠첸과 협업해 출시하는 등 다른 지역에선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홍보·판매 방식을 꾸준히 추진하는 점도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최근엔 '임금님표 이천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쌀을 500g씩 소분해 진공 포장하고 구독 가구에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형태다. 맥주나 아이스크림 등 이천 쌀을 활용한 제품들도 기업들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임금님표 이천쌀의 명성을 유지하는 최대 요인은 결국 쌀의 품질"이라며 "수매할 때도 쌀의 단백질 함량을 일일이 측정한다. 차별성은 결국 고품질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명품 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