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섬의 날'에도 바다는 멍든다

호우에 끝도 없이 떠밀려온 '비양심 쓰레기'
입력 2022-08-08 19:54 수정 2022-08-08 21: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8-09 6면

볼음도 남서쪽 해변
오염된 볼음도 해변 제3회 섬의날인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 남서쪽 해변 일대에 파도에 밀려든 해양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2022.8.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여기 방치된 쓰레기는 안 치우면 결국 다른 섬이나 육지로 갈 거예요."

'섬의 날'인 8일 오전 찾아간 인천 강화군 볼음도 남서쪽 해변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다.

페트병, 족구공, 살충제, 유리병 등 생활 쓰레기부터 중국어가 적힌 선박용 냉장고, 폐어구, 물탱크 등 대형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스티로폼은 작은 알갱이로 부서진 채 해변을 덮고 있었다.

쓰레기를 하나하나 손으로 뒤져 보니 15년 전인 2007년에 제조된 페트병 음료도 눈에 띄었다.

서해를 떠다니다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들이 이곳 섬 해변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인천 볼음도 남서쪽 해변 가보니
선박용 냉장고에 페트병까지…
북쪽은 한강 유입 폐기물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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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섬의날인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 북쪽 해변 일대에 한강하구를 통해 들어온 생활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2022.08.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볼음도 북쪽 해변에는 한강 하구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 쓰레기가 가득했다.

해변에 자란 풀 사이로 페인트통, 농약병, 각종 비닐류 등이 섞여 있었다.

볼음도 해변은 해수욕장으로 쓰이지 않고, 주민들의 왕래도 드문 곳이다. 쓰레기가 오랫동안 방치된 이유다.

볼음도 주민 오병단씨는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는 기간에는 한강에서 쓰레기가 많이 떠내려온다"며 "이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으면 밀물 때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다른 섬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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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섬의날인 8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 남서쪽 해변 일대에 파도에 밀려든 해양쓰레기들이 쌓여있다. 2022.08.0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굴업도는 몰려든 관광객 '이중고'
"지자체들, 수거 방안 마련해야"


인천 옹진군 굴업도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백패킹 성지'로 불리는 굴업도는 관광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해변으로 밀려온 해양 쓰레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굴업도 주민 서인수씨는 "지자체(옹진군)에서 가끔 와서 해변 쓰레기 등을 치우긴 하는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8월8일 섬의 날은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성장 동력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2019년 제정됐다.

인천녹색연합은 2020년부터 옹진군 연평도, 구지도, 강화군 볼음도, 중구 영종도 등 인천 섬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해수욕장 등이 있어 사람이 자주 찾는 해변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고 있었지만, 인적이 드문 해변에는 쓰레기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섬 쓰레기를 내버려두면 어획량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해당 지자체들은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섬 쓰레기를 수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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