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쌀진상미_ 10kg
대왕님표 여주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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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쌀은 '명품' 쌀로 정평이 나 있다. 여주는 조선시대 자채쌀의 주 생산지로, 임금의 수라에 오르는 쌀을 진상했던 대표 지역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지역에선 전국 최고의 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오래전부터 대단했다. 산맥으로 둘러싸여 태풍 등 자연 재해의 영향이 적은 데다, 남한강이 흘러 물이 많고 땅이 기름져 천혜의 쌀농사 지역으로 꼽혀서다. 이런 점에 힘입어 2006년엔 전국 최초로 '쌀 산업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왕님표 여주쌀' 브랜드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임금이 먹던 쌀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여주에 조선 세종과 효종의 능이 자리한 점도 한몫 했다. '대왕님표 여주쌀' 로고가 훈민정음 서문을 배경으로 세종을 나타낸 캐릭터로 구성돼있는 점은 이 때문이다. 또 여주 쌀을 지리적 표시 등록품으로도 정했다.

여러 지자체가 지역 쌀의 차별성을 모색하기 위해 고유의 벼 품종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여주는 일찌감치 이런 움직임에 나섰다. (주)시드피아에서 개발한 '진상벼'의 특허권을 획득, 2017년부터 2031년까지 여주에서만 재배키로 한 것이다.

진상벼는 기존에 여주 쌀의 주축을 이루던 추청보다 밥을 했을 때 더 윤기나고 찰지다. 밥맛이 좋아 여주 쌀 중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집중된다. 지난 3일 여주지역 하나로마트를 찾았을 때 '진상미는 재고 소진으로 품절'이라는 안내판이 부착돼있기도 했다.

진상 외에는 영남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벼 품종인 영호진미가 '대왕님표 여주쌀'을 구성한다. 진상과 영호진미가 절반씩 비중을 차지하는데, 내년에는 진상처럼 여주만의 특색을 담은 품종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게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측 설명이다.

남한강 흘러 물 많고 기름진 땅
'영호진미'와 절반씩 비중 차지
매년 전국 최초 벼 베는 노력도


갈수록 '쌀을 먹지 않는 시대'가 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쌀을 소비하고 밥을 해먹을 수 있도록 오래전부터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20년 전인 2002년엔 쌀을 다 먹은 후 양념통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원통형 종이상자에 쌀을 담아 판매했었다.

지금도 백미와 흑미, 혼합미로 구성된 즉석밥 제품을 제작해 1인 가구 등에 호평을 받고 있다. 쌀을 먹지 않는 소비자들을 탓할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밥을 잘 먹을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판로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대형마트 뿐 아니라 쿠팡, 마켓컬리 등 젊은 층의 이용이 활발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도 '대왕님표 여주쌀'을 만날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생각난다 여주쌀' 브랜드를 더해, 젊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유튜브 홍보 등에도 나섰다.

지난달 여주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햅쌀을 수확했다. 매년 가장 먼저 벼를 베는데, 이 역시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대왕님표 여주쌀'을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올해 추석이 유독 이르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윤주병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여주는 지리적으로 명품 쌀이 재배되는 최적의 지역이다. 소비자들이 우리 여주 쌀의 진가를 알고,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하고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터뷰] 윤주병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여주 쌀 밥맛이 최고… 명성 유지 최선 다할 것"

윤주병 대표
쌀집 아들이었던 윤주병(사진)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여주 쌀의 명성을 몸소 느꼈다. "밥맛으로는 우리 여주 쌀이 최고"라는 그의 말에는 여주 쌀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묻어난다.

자부심은 천혜의 자연 환경에, 볍씨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매년 우수 벼농가들에 의뢰해 채종포를 운영하고, 생산된 볍씨 200t 가량을 전량 수매해 지역 농가들에 보급하고 있다.

하늘과 땅에만 기댈 게 아니라 파종부터 수확까지 부단한 노력과 관리로 '명품' 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쌀의 존재감이 갈수록 옅어지는 와중에도, 전국 최고의 쌀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방안도 늘 고민한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부단한 관리


한마음 한뜻으로 좋은 쌀 생산과 유통 다각화에 매진할 수 있는 데는 지난 2010년 지역농협들이 공동사업법인을 출범시킨 게 큰 요인이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각 농협이 제각각 가격을 매겨 판매하다보니 지역 내에서도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다.

통합을 결정해 실제 공동사업법인을 출범시키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지만, 출범 후 쌀 품질을 관리하고 브랜드를 알리는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올해 법인 출범 12년을 맞았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여주 쌀의 명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