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폭우에 벽이 무너져 "폭탄 떨어진 줄…"

인천 송현동 집중호우 피해
입력 2022-08-09 16:23 수정 2022-08-09 21:39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8-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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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에 이틀째 240㎜가 넘는 폭우가 물폭탄처럼 쏟아진 9일 오후 인천시 동구 송현동의 한 건물 벽면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무너진 벽이 앞 건물 출입구를 막으면서 이곳 주민들이 인근 숙박업소나 친인척집으로 대피했다. 2022.8.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큰 소리가 났어요
9일 오전 10시30분께 찾은 인천 동구 송현동 한 골목. 너비 5m 가량의 골목 전체를 황토색 벽돌들이 뒤덮고 있었다. 전날 폭우로 빈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벽돌이 골목을 덮친 것이다.

건물 바깥에 임시로 세워 놓은 가림막도 벽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철판과 쇠파이프가 휘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전봇대는 벽돌에 맞아 넘어져 있었다.

무너진 외벽 벽돌은 골목에 있는 주택들의 출입구도 막아버렸다. 이곳에 거주하는 김중식(77)씨는 "큰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가보려고 했지만, 쏟아져 내린 벽돌과 철판 가림막이 현관문을 막고 있어서 나갈 수 없었다"며 "119 대원들이 쇠톱으로 현관문을 절단한 후에 집에서 겨우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위험이 컸기에 김중식씨 부부를 포함해 인근에 사는 3가구 주민 5명은 구청에서 마련해 준 임시 거처 등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임시가림막 휘어지고 전봇대 넘어져
현관문 막아 119도움으로 주민 탈출
무너진 건물 방치 잦은 민원 하소연

인근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구청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건물 외부에 가림막을 설치했을 뿐이었다고 인근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건물 옆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경민(34)씨는 "예전에도 건물 앞에 주차된 차량에 벽돌이 떨어져 파손된 적이 있다. 항상 불안했다"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동구 관계자는 "무너진 잔해물을 곧 처리할 예정"이라며 "모텔이나 친·인척 집으로 이동한 분들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서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구청 차원에서 숙박비용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인천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옹진군 영흥도 346.5㎜, 부평구 구산동 298.5㎜, 중구 전동 247.2㎜ 등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119에 신고된 호우 피해는 367건이며, 10개 군·구에도 277건이 접수됐다. 전날 오후 11시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한 도로가 침수됐고, 같은 시각 인천 서구 가좌동 한 빌라 지하가 침수돼 소방 당국이 배수를 지원했다. 폭우로 인한 침수와 벽면 붕괴 등으로 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중구 운남동에서는 옹벽 붕괴 위험에 놓인 주민 34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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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에 이틀째 240㎜가 넘는 폭우가 물폭탄처럼 쏟아진 9일 오후 인천시 동구 송현동의 한 건물 벽면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무너진 벽이 앞 건물 출입구를 막으면서 이곳 주민들이 인근 숙박업소나 친인척집으로 대피했다. 2022.8.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곳곳 침수… 붕괴 위험 대피
유시장, 휴가 하루만에 복귀 점검

유정복 시장은 이날 오전 인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10개 군·구 회의를 주재하고 산사태 등 재해우려지역 관리와 상습 침수구역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지시했다.

이어 중구 운남동 옹벽붕괴 위험 지역과 부평구 일신시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유 시장은 8일부터 12일까지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으나 폭우 피해가 잇따르자 휴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

유 시장은 긴급 점검회의에서 "이번 주 내내 강한 비가 예상되는 만큼 산사태 등 재해 우려 지역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 조치에 신경을 써달라"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시 선제적으로 주민 대피 등 조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 관련기사 2면(중부지방에 멈춘 정체전선 영향… 12일까지 집중호우 예고)

/변민철·수습 백효은 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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