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김은주 미술교사는 "미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22.8.9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에는 시각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인 보다(BODA) 갤러리가 있다.
학교 안에 마련된 전시공간이어서 제대로 된 조명도 없이 수년 동안 똑같은 그림을 걸어둔다거나 엽서나 달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국 명화의 '프린트'를 걸어두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현대 미술의 한복판에 있는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거의 매달 꾸준히 열리고 있다.
이 학교 전시장이 다른 고등학교와 다른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이 학교에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학생들에게 좋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다.
김은주(46) 미술교사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미술관 안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하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솔직히 힘들다"면서 "조금 욕심을 부려서 작품 '감상'을 미술수업 안으로 가져오고 싶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보다 갤러리' 시각예술 작품 진행
인적 네트워크 등 총동원 작가 섭외
"학생들 공동체 삶 기여 성장하길"
김 교사는 20년 경력의 선생님인데 이 학교에는 2019년 3월1일자로 발령을 받았다. 김 교사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보다 갤러리'는 지금처럼 번듯한 공간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에 작품을 걸 수 있는 벽 5개가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학교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복도 전체를 전시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매년 찾아오는 방학 동안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등을 꾸준히 찾아다니며 들었던 '연수'에서 만난 인적 네트워크와 지인의 도움을 얻어 전시 작가를 섭외했다.
그렇게 전시를 연 작가는 권기수·양쿠라·신재은 등 30여 명이 넘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그렇게 학교 수업시간에 충분히 전시를 감상하고 작가와 간담회도 갖고 일일 '도슨트'가 되는 활동도 해보는 등의 체험도 했다.
김 교사는 "전시 보고 팸플릿 가져오라는 방학 숙제가 그렇게 싫었다"면서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 동안 작품을 감상하고 자기 뜻대로 해석해보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은 100% 이공계 학과로 진학한다. 이 학생들에게는 공교육에서 받는 마지막 미술수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상'교육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단다.
김 교사는 "미술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영재라고 불리는 이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삶에 기여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