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비 없어서… 말 안통해서… 끝내 퇴근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

인천서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입력 2022-08-12 15:05 수정 2022-08-15 19:53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8-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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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건설현장에 설치된 '안전제일' 펜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인천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보건 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인천 서구 루원시티 조성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60대 중국인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 한 공사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 40대 몽골인 B씨가 중장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3월에도 인천 중구 을왕동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 40대 C씨가 떨어지는 철근에 맞아 사망하는 등 올해 인천에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인기 가수 싸이의 흠뻑쇼 무대를 철거하던 몽골인이 추락사하기도 했다.

루원시티 현장 토사 붕괴 60대 숨져
추방 우려 처우개선 요구 못하는 처지
"정부·지자체 차원 교육 제공 필요"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828명 중 외국인은 102명(12.3%)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미비한 안전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천에서 이주노동자를 돕고 있는 민간단체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박경서 센터장은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에 근무하는 이주노동자가 많다"며 "이런 업종에서는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해 다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도 추방을 우려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구인난 해소를 위해 연내 대규모 이주노동자가 입국할 예정인 만큼 이주노동자 안전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정부는 구인난을 겪는 300인 미만 중소업체를 위해 이주노동자 입국 절차를 현행 84일에서 39일로 줄이는 방안 등을 마련해 매달 1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를 입국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이주노동자들이 공사 현장 등에 배치되기 전에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안전보건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 국가의 언어로 된 안전보건 강의 자료를 제작하는 등 이주노동자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업재해 보상(치료비 등)을 받을 수 있다"며 "추방 등의 불이익을 우려한 나머지 산업재해를 당한 사실을 감추고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면 주변 민간 지원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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