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수확기가 다가오지만 경기도 대부분의 RPC(미곡종합처리장)들은 전년 대비 쌀 재고 보유량이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온창고를 갖추지 못한 도내 농협이 대부분이라 재고문제 대처가 더 어려운 가운데 이대로라면 전체 농가 소득이 1조5천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론 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서삼석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재고 보유량이 50% 이상 증가한 쌀수매 농협은 전국 161곳이다.
경기도는 사정이 특히 더 심각하다. 전년 대비 재고가 50% 이상 증가한 농협 RPC는 전국 46곳인데, 이중 경기지역 RPC가 16곳이다. 도내 RPC가 전체 20곳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 재고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RPC가 없어 민간에 도정 등을 위탁하는 도내 농협 중에선 8곳이 전년 대비 재고가 50%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쌀을 보관하는 창고시설도 재고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최춘식(포천·가평) 의원에 따르면 농협이 보유한 자체 양곡창고 중 87%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창고다. 이에 더해 경기도의 경우 일부 RPC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온창고가 없는 실정이다.
쌀이 빠르게 소진됐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올해처럼 쌀 소비가 줄어 재고가 산적한 상황에선 보관 문제 역시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여기에 자체 창고가 부족해 민간에 위탁해야 하는 농협에선 더욱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다.
도내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이번 3차 시장 격리 때 크게 손해 보고 쌀을 내놓거나, 수매를 100% 진행하지 않는 일부 농협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고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며 "저온창고가 없어 쌀을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그나마 민간에 위탁하는 농협은 사정이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 같은 재고 문제로 쌀가격 하락세가 지속하는 상황 속,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와 동일할 경우 농가 소득이 내년에는 약 1조4천7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40㎏ 조곡 가격이 지난해엔 6만4천원 수준이었지만 5만원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돼서다. 이 경우 정곡 1t당 농가의 소득은 약 49만원이 줄어든다는 게 서 의원 설명이다.
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28명이 참여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