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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편지들이 쌓여 있다. 2022.8.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8월 21일 온라인 보도=수원 다세대주택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이웃과 단절된 채 생활)가 빚 독촉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 사회보장체계를 되돌아보게 한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선됐지만, 이번에도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이 화성시 주소를 두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수원에 거주한 탓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3개월 이상 체납 시 공공에 이런 사실이 고지되도록 시스템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었던 셈이다.
'송파 세 모녀' 이후 사회보장시스템 개선
공과금 3개월 밀리면 구청 알게 만들었지만
전입신고하지 않아 시스템 가동 안해

지난 21일 오후 3시께 수원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세 모녀로 추정되는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신병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다.

지난 10일 이곳에 찾아왔다는 검침원은 거주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안내문에 '연락 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한다. 건물 주인은 "지난달 병원비 문제로 월세 납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번 달에는 11일에 월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휴대전화가 꺼져있었고 이웃이 건물 내에서 악취가 난다고 연락해와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세 모녀는 이곳의 월세 42만원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삶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4년 서울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세 모녀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자 정부는 대대적으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제도를 개선했다. 공과금을 3개월 체납하면 관련 정보가 관할 구청에 통보되도록 한 것이다. 공과금을 매개로 가정의 곤궁함을 파악해 미리 비극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문앞 가스 검침원 '연락 주세요!' 메모
건물 주인도 월세 납부 늦을거란 연락 받아
월 42만원 감당하기 벅찬 삶 이어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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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문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2022.8.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하지만 수원 세 모녀 사건에서 이런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다. 주소지와 실 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성 지인 자택에 주소를 두고 있었는데 지난 2020년 수원으로 이주한 뒤에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수원과 화성에서 모두 기초생활수급 대상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이력도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16개월 체납해 공공 시스템에 이같은 사실이 포착됐다. 다만, 화성시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주소지를 방문했으나 세 모녀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지 않아 공공의 지원을 펼치기 어려웠다. 화성시가 이들 세 모녀를 확인하려 한 건, 지난달 19일과 이달 3일이다. 지난달 19일 복지서비스 안내 우편물을 발송했고, 지난 3일 현장 방문이 이뤄져 당시에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화성의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 체납해 시에서 통보가 왔었다. 지난달 19일 복지 서비스 안내 우편물을 발송한 뒤 지난 3일 현장에 방문했는데, 집 주인이 실제 세 모녀는 수원으로 이사 갔다고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또 한 번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곁을 스쳐 가면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들 중 60대 여성인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는데 보험금까지 채권자들이 가져갔던 것(8월 22일자 인터넷 보도=[단독]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모녀, 빚 독촉 시달려)으로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명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시은·수습 김산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