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시화산업단지의 한 패널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A(27)씨가 30일 오후 점심 식사 뒤 휴식을 위해 선택한 장소는 공장 내 빽빽하게 들어선 기계들 사이 공간이다.
등받이도 없이 작고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A씨는 등을 잔뜩 굽힌 채 휴대폰을 보며 25분 남짓 휴식 시간을 보냈다. A씨는 "10명이 근무하는데 휴게실이 따로 없어 공장 바닥에 잠시 앉거나 의자를 놓고 쉰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다른 공장 노동자 B(50대)씨는 한 차량 조수석에서 짧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B씨가 다니는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 한 쪽에 간이 컨테이너로 조성된 휴게실이 있지만, 6㎡ 남짓으로 좁은 공간에 이미 2명의 노동자가 휴식 중이던 터라 B씨까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경기도 최대 규모인 반월·시화 산업단지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이들처럼 마땅한 휴게실이 없어 매일 쉴 곳을 찾아 헤맨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휴게실이 없는 경우는 더 많다. 특히 최근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시행됐음에도 '20인 미만 사업장'은 법망을 비껴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모든 사업장 설치 의무화됐지만
안산·시흥 43.2% "휴게실 없다"
20인 미만 소규모 과태료도 없어
안산·시흥 43.2% "휴게실 없다"
20인 미만 소규모 과태료도 없어
지난 4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실시한 '산업단지 휴게실태 조사(총 응답자 458명)'에서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43.2%가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다. 해당 응답자가 속한 사업장 중 20인 미만인 곳은 58.5%에 달했다.

이 같은 소규모 사업장은 '사각지대'에 있어 휴게환경 개선도 더욱 어렵다. 지난 18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20명 미만 규모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이에 기업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휴식권이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본권을 담은 법인데 누군가 배제해선 안 된다"며 "휴게공간 마련이 힘든 소규모 업장은 외부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비용이라도 지원하는 등 법안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최근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휴게권 실현을 위한 사업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31일 안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규모 밀집지역 내 공동휴게실 설치 등 요구에 나선다.
/이자현·수습 유혜연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