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ㅍㅍ2.jpg
30일 오후 수원역 인근에서 경기복지시민연대가 운영하는 '수원 세 모녀 추모관'에서 관계자가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2022.8.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형식적인 대책에 불과할 수 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경기도, 다수의 지자체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위기가구 '발굴' 대책에 대한 도내 사회복지 공무원의 평가다.

앞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위기가구를 찾아내는 업무를 하게 될 이 공무원은 "상시조사가 아닌 탓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위기가구를 찾아낸다고 해서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위기가구 발굴에 초점을 맞춘 정부와 경기도 등의 대책은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예방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사회복지 공무원의 말처럼 발굴이 곧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최혜영(민·비례) 국회의원이 최근 '복지 사각지대 온라인시스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부가 위기정보를 활용해 발굴한 복지대상자는 130여만명에 달했지만, 정작 기초생활보장 서비스를 받게 된 비율은 4.3%에 그쳤다.

더욱이 지난 20여년 간 '빚 독촉'에 시달리던 수원 세 모녀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오빠)의 당부에도 복지급여 등을 신청하지 않았고, 회생이나 파산과 같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채무를 변제할 법률제도 또한 이용하지 않은 채 오랜 기간 사각지대에 숨어 산 것으로 파악됐다.

빚 독촉 트라우마란 특수한 상황에 처했던 수원 세 모녀의 사례는 자발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복지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1160.jpg
30일 오후 수원역 인근에서 경기복지시민연대가 운영하는 '수원 세 모녀 추모관'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2022.8.3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세 모녀의 이 같은 선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이들 모녀처럼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지원을 거부하고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이미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4월호에 실린 '사회배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도움받을 곳이 있어도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을 '자발적 배제', 도움받을 곳도 없고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집단을 '고립'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사회배제와 관계된 정책은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 전개됐다"고 진단하며 "도움을 희망하지 않는 집단은 사회와 국가가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명과 연결되는 부분인 만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저에 축적된 어떠한 경험들이 도움받기를 거부하게끔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선택과 그 이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도권 들어가길 거부하는 이웃들
빚독촉 등 여러 이유로 고립 자처
세밀한 정책 설계로 비극 막아야
결국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위기가구가 외부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보다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수원의 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수원 세 모녀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었는데, 이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한 사회복지사들끼리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100번 문을 두드리면 한 번은 열어줄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그런데 복지 업무 역시 수치로 성과가 매겨지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도움을 거부하는 가정에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더 많은 신경을 쏟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현탁 대구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보다 사회복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위기가구를 발굴할 수 있는 기존의 다양한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런 제도들을 보다 세밀하게 활용해 수원 세 모녀처럼 스스로 흔적을 지운 채 살아가는 가정을 찾고, 도움을 거부해도 끈질기게 설득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흥·김준석기자 jhb@kyeongin.com

202208300100115990005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