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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을 새롭게 가꾸자

입력 2022-09-18 19:10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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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前 인천연수구청장·객원논설위원
지정학적으로 볼 때 사실 과거의 인천은 터를 잡고 살기에는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백제 온조(溫祚)가 정착하려 했지만 땅이 습하고 염분이 많아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개항 당시 제물포는 초가집이 드문드문 보이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제물포 정박지는 낮 동안은 질퍽거리는 진흙이었다. 서울과 철도가 연결되자 인구가 늘기 시작하고 전쟁에 많은 피란민이 모여들었다. 여차하면 바다를 통해 고향에 갈 수 있었기에 황해도 쪽 피란민이 특히 많았다. 부흥기의 인천은 항구라는 여건에 힘입어 상공업의 중심지가 되었지만 '공해 공장'이 많이 들어서고 고철, 석탄, 목재, 밀가루 등 수입 화물이 많았다. 쇳가루, 석탄가루와의 싸움은 인천이 겪어야 할 숙명 같기도 하였다. 도시는 팽창하는데 도시계획은 멀리 보지 못하여 어제 외곽지로 이전했던 공장들이 오늘은 도심 한가운데에 놓이는 꼴이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도시 문제를 견디며 끈질기게 지금의 인천을 만든 것이다. 불굴의 의지, 이것이 '인천 정신'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인천은 이제 인구 면에서 국내 제2의 도시를 바라본다. 5년 정도가 지나면 부산을 앞지를 것이라 한다. 인천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정말 살기가 좋아 인천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인지, 도시의 평가와 도시 문제는 그대로인데 인구만 늘어나면 좋은 것인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유정복 시장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
깨끗하고 시민 정신 일깨우는 가치 담아야


마음이 어수선하면 세상이 어수선하다. 마음이 맑거나 깨끗하지 못하면 세상이 맑지 못하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세상이 어수선하면 마음이 어수선하고 세상이 깨끗하면 마음도 깨끗해진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세상을 깨끗하고 맑게 하는 것은 시민을 위하는 것이다. 비록 뛰어난 풍광의 자연환경은 부족하지만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뉘일 정신적·물질적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행정의 의무라는 말이다.

그동안 인천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시민 생활 향상에 대하여는 소홀하였다. 도시는 지저분하고 메마른 사막과도 같아 낯부끄러운 비방도 받았다. 주인 없는 도시로 방치되었다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지도자들은 인천 출신이 아니었거나 허황된 구호로 환심을 살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천에서 나고 성장한 '인천인'이 시장이 되어 두 번째로 돌아왔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인천 출신의 유정복 시장은 지역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제물포 르네상스(인천 내항 일대 개발) 프로젝트'를 기치로 인천을 변화시킬 것이라 하였다. 제물포 르네상스가 외형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계획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인천을 깨끗하게 가꾸고 시민 정신을 일깨우는 정신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주기를 바란다. 골목마다 꽃을 심고, 거리마다 나무를 심고, 회색의 벽을 녹색으로 바꾸자. 우리 최고 자산인 인천 앞바다 100여 개 유·무인도를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주제 섬(theme island)으로 개발하자. 감히 다른 시도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기막힌 발상을 통해 인천을 탈바꿈해야 한다. 시민, 사회단체, 기업, 언론,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과거 '깨끗한 인천 만들기'나 '새마을 운동'처럼 불을 지펴보자. 2~3년에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적어도 10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설정하여 범시민 운동으로 추진하면 될 것이다. 1997년 리더스 다이제스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때 인천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정직한 도시라는 명예가 있었다. 자부심이 컸지만 더 잇지를 못했다.

100여개 유·무인도 테마있는 섬 개발 필요
민·관 모두 참여하는 범시민 운동으로 추진


인천을 사랑하지 않는 시민이 어디 있으랴. 시민들이 너무 겸손하여 누가 끌어내지 않았을 뿐이다. 가장 나무가 많은 도시, 사철 꽃이 피는 도시, 거리가 잘 정돈된 도시, 따뜻하고 포근한 도시,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노는 도시, 누구나 찾아오고 싶고 살고 싶어하는 낭만과 여유가 흐르는 도시, 이런 인천을 만들어 보자. 관(官)이 나서 모양새는 좀 그렇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이 앞장서 인천시민의 잠자는 애향심을 깨워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신원철 前 인천연수구청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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