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브르' 정부희 박사 "제2러브버그 막으려면 공존 모색해야"

9월 7일 '곤충의 날 특집' 인터뷰
입력 2022-09-06 17:41 수정 2022-09-06 17:4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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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곤충의 날을 앞두고 서울의 한 카페에서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정부희 박사를 만났다. 정 박사는 "곤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달라"며 인식 개선 등을 강조했다. 2022.9.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올해 여름 도심에는 대벌레와 러브버그가 떼로 나타났다. 지자체는 이들을 '돌발해충'이나 '밝혀지지 않은 자생종'으로 명명하며 방역에 나섰다. 생태계 근간인 곤충에 대한 정확한 진단보다 앞섰던 처방은 뒤늦게 '박멸'이 아닌,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7일 곤충의 날을 앞두고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정부희 박사를 만났다. 정 박사는 대중서 30권 이상을 펴내며 다양한 곤충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공은 버섯살이 곤충으로, 양평군에 곤충연구소를 마련하고 8년째 연구에 힘 쏟고 있다. 정 박사는 "무분별한 살충을 멈추고 곤충은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버섯살이 곤충 전공… 대중서 30권 이상
양평군 곤충연구소서 8년째 '연구 매진'
곤충 혐오감은 학습된 편견 일 수 있어
익충·해충 나누는 것도 인간 관점서 비롯
정 박사는 곤충에 대한 혐오감은 학습된 편견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인들은 곤충을 보면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청년기를 거치면서 기성세대의 곤충에 대한 혐오감이 어린이들에게도 사회화된다. 곤충을 익충과 해충으로 나누는 것도 인간의 관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곤충은 대량 살충 되고 있다. 정 박사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살충은 자칫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곤충은 최근 생태계 균형 파괴로 인해 대발생했다. 포식자와 피식자 간 조화가 깨질 경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러브버그가 많이 발생한 이유도 벌, 사마귀, 침노린재 등 포식자가 도심 속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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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곤충의 날을 앞두고 서울의 한 카페에서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정부희 박사를 만났다. 정 박사는 "곤충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달라"며 인식 개선 등을 강조했다. 2022.9.6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생태계 균형의 파괴로 '곤충 대발생'
장기적 관점서 대안 모색 필요 시점
교육·인식 개선 통한 인식 개선 제안
정 박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교육과 인식 개선이다. 우선 지자체에서 곤충 대발생 시 재난 문자 형태로 시민들에게 해당 종의 생활사, 이로운 점 등을 안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생태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있다. 정 박사는 "결국은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며 "시일이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본질을 들여다보고 곤충과 공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곤충은 수명도 대체로 길지 않아 자연사할 때까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 박사는 가정주부로 있던 중 유독 곤충을 좋아하던 두 아들 영향을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영어교육을 전공해 생소하기만 했던 곤충학은 의외로 그의 적성에 딱 들어맞았다.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그는 20년 안팎의 세월 동안 곤충에 푹 빠져있다. 정 박사는 "인문학자 출신, 제3세계 곤충학자가 책까지 쓴다고 하니 미운털 박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도 "오히려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곤충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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