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며 과일이 다 신선하고 좋아서 매주 왔는데 없어진다니 아쉬워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수원시 인계동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앞. 금요일인 9일에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에, 이곳에서 매주 열리는 금요직거래 장터가 하루 앞당겨 진행되고 있었다. 40개가량의 점포에서 채소와 과일, 화초, 버섯, 꿀, 고기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모두 경기지역 농가들이 직접 재배한 농·축산물이다. 직접 만든 떡과 두부 등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대형마트에선 1만5천원가량에 판매하는 사과를 이날 이곳에선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게 이곳 금요 장터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장터를 찾는 '단골'들이 적지 않다. 농민들도 중간 마진 없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32년 된 건물, 노후화되고 좁아
다음 달 착공·2025년 준공 예정
25년 지속된 금요 장터도 폐장
소비자도, 농민들도 "아쉽다"
다음 달 착공·2025년 준공 예정
25년 지속된 금요 장터도 폐장
소비자도, 농민들도 "아쉽다"
이날 장터는 조금 더 특별했다.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가 다음 달 시작돼, 1998년 2월에 개장해 20년 넘게 진행됐던 금요 장터가 오는 16일이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이날이 금요 장터가 맞는 마지막 추석이다.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장터에서 만난 70대 부부는 "집이 인계동하고 조금 거리는 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운전해서 장터에 왔었다.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파는 거니까 무엇보다 신선하고 질이 좋다"며 "없어진다니까 아쉽다. 다른 공간에서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게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소비자들을 만나온 농민들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연천군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금요 장터에 나온 것은 6년 정도 됐다. 연천에서 수원까지 거리가 상당해 매주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직거래 장터가 매우 소중한 공간이기에 빼놓지 않고 왔다"며 "없어진다니까 마음이 허하다. 아마 다른 농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요 장터에 나온 지 7년이 넘었다는 여주시의 한 복숭아 농가 관계자도 "일선 농가들의 가장 큰 걱정이 유통이다. 소중하게 기른 과일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런 직거래 장터가 우리로선 매우 소중한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곳마저 없어진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이 장터는 역사가 깊다. 단절되는게 아쉽다. 임시 공간에서라도 계속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금의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건물은 1989년 12월에 지어져 올해로 32년이 됐다. 건물이 노후화된 것은 물론 30여년 전보다 경기농협의 사업이 다각화되고 내부 조직 역시 방대해져 건물 신축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신축 후엔 현재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건물에 있는 조직들은 물론, 외부 공간을 임차하고 있는 NH농협손해보험 등 관련 계열사 조직도 함께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착공해 2025년 3월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