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조성한 지 32년이 된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건물이 다음 달이면 사라진다.
건물이 노후화되고 내부 조직이 방대해진 점 등이 신축 필요성을 키운 것이다. 다음 달 공사가 시작돼, 20년 넘게 이곳에서 금요일마다 진행돼온 직거래 장터도 오는 16일 문을 닫는다.
내부 조직 방대해져 신축 필요성
동일 장소 착공 2025년 준공 예정
12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수원시 인계동에 소재한 해당 건물은 1989년 12월에 지어졌다.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 농협경제지주 경기지역본부 임·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부 건물을 지은 후 30여년 동안 농협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업이 다각화된 게 대표적이다. 조직 역시 확대됐다. 경기도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경기농협의 일이 많아진 것 역시 변수가 됐다. 신설되는 조직을 수용하기엔 기존 건물이 좁았다. 30년이 넘은 만큼 건물의 노후화도 문제였다.
신축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로 동일한 장소에 조성된다. 다음 달 착공해 오는 2025년 상반기에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신축 후엔 현재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건물에 있는 조직들은 물론, 외부 공간을 임차하고 있는 NH농협손해보험 등 관련 계열사 조직도 함께 입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경기농협 임·직원들은 2년 6개월 남짓한 공사 기간 중엔 인근 다른 건물을 임차해 업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이면 공사가 본격화되는 만큼,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됐던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도 오는 16일까지만 열린다. 해당 장터는 1998년 2월에 개장해 24년의 역사를 가진다.
농민 직접 기른 농산물 판매 공간
10년 넘는 단골 소비자도 '아쉬움'
경기도 각지 농민들에겐 중간 마진 없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소비자들에겐 신선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금요일마다 장터를 찾는 '단골 손님'도, 길게는 10년 넘게 매주 금요일마다 소비자들을 만나온 농민들도 적지 않았다.
추석 전 열린 장터에서 소비자들도, 농민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장터에서 만난 70대 부부는 "집이 인계동하고 조금 거리는 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운전해서 장터에 왔었다.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파는 거니까 무엇보다 신선하고 질이 좋다"며 "없어진다니까 아쉽다. 다른 공간에서라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터에 나온 지 7년이 넘었다는 여주시의 한 복숭아 농가 관계자도 "일선 농가들의 가장 큰 걱정이 유통이다. 소중하게 기른 과일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런 직거래 장터가 우리로선 매우 소중한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곳마저 없어진다니 마음이 아프다"며 "이 장터는 역사가 깊다. 단절되는 게 아쉽다. 임시 공간에서라도 계속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