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 병역명문가 |
3대에 걸쳐 12명 총 345개월 복무
공적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수상
나의 아버지(故 허열)는 전남 승주군(현 순천시)에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혼란스러운 6·25 전쟁 중 당시 세 아이의 아버지였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자원하여 군에 입대하셨다. 제주도에서 3개월 훈련병 생활을 마치고 강원도 함백산 인근으로 자대배치를 받아 복무하던 중, 참호가 무너져 동료 전우 2명은 목숨을 잃고 아버지는 회복이 힘들 정도로 부상을 입어 부산 국군병원으로 후송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고향에 부상 소식을 전하지 못해 혼자 외로이 병원 생활을 하였으며, 어렵게 회복이 되어서는 충남 논산으로 배치를 받아 총 5년여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기나긴 군 복무기간 동안 혼자서 농사를 짓고 생계를 꾸리면서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된 세월을 보내셨다고 한다.
한편 큰 형님(허화)과 작은 형님(허치용)은 어려운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고자 군 복무 중 월남전에 파병 지원을 하였다. 큰 형님은 맹호부대 일원으로 베트남 퀴논 전쟁터에서 군 복무를 하였는데, 제대 즈음 부상으로 인해 현지 병원에서 치료받느라 다른 이들보다 복귀가 늦어져 어머니의 애를 태웠다. 작은 형님은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 최전방 호이안에서 힘든 작전 수행에 참여하며 동료 전우들이 수없이 목숨을 잃는 모습을 지켜보고 본인 역시 부상을 입는 등 고된 경험으로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셋째 형님(허승용) 역시 두 형님을 본받아 월남전 파병에 지원하여 기본 군사훈련을 받았으나 훈련 도중 전쟁이 종료되어 국내에서 군 복무를 마쳤으며, 넷째 형님(허팔용)은 경기도 부대에서 통신요원으로 성실히 군 복무를 마쳤다. 본인은 군 복무 중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하다가 연골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강원도 인제 현리 국군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3개월간의 입원 생활 중 군의관으로부터 의가사 전역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고사하고 남은 군 복무를 끝까지 마치고 전역하였다.
가문의 3대 손자들 역시 각자 맡은바 성실히 현역 복무를 마쳤는데, 그 가운데 조카 허정인은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 복무할 당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초기 진화작업에 참여하던 중 낭떠러지에서 추락하여 허리를 심하게 다쳐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의병 전역 후 전공상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병역 이행 각자 어려움 있었지만
가족 누구도 원망·후회하지 않아
나라사랑 크셨던 아버지 보고싶다
이처럼 병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각자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 누구도 군대 생활에 대한 원망이나 후회는 일절 하지 않고 있으며 부모님 역시 "너희들이 나라를 지키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항상 말씀하실 정도로 병역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시상식 이후 어머니께 이번에 받은 병역명문가 패와 대통령 표창장을 보여드리자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며 대성통곡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아버지 기일이 있는 이번 달 우리 가족들은 국립묘지에 잠들어 계시는 아버지를 뵈러 가기로 약속했다. 아버지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오늘이다.
'아버지! 허열 가문의 일원으로 태어나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생전에 아버지께서 항상 말씀하셨던 대로 정직하고 가족을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병역명문가의 이름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다시 전쟁이 발발하여도 참전하시겠다고 하실 정도로 나라를 사랑하셨던 나의 아버지,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허원 병역명문가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