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에서는 지역 문인·연구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학관의 함태영 박사와 함께 전시를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한국근대문학관의 기획전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소설을 아우르는 전시였다. ''혈의누'에서 '광장'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1906년부터 1960년대까지 발표된 주요 소설 100편이 전시됐다.
함 박사는 "읽는 소설을 보는 전시로 꾸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애초에 책을 한데 모아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는데, 주요 작품의 자료를 추가해 도서전 성격이 강하면서도 근현대 소설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소설사(史) 전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혈의누 에서 광장 까지' 초판본·희귀 원본 전시… 소설사 흐름 한눈에 파악
나혜석·김환기·천경자 등 화가 표지 눈길… 'MBTI 게임' 등 젊은층 어필도
이날 전시장에서는 엄선된 소설 100편의 신문, 잡지 등에 연재된 첫 모습과 초판본, 희귀 원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근대문학관과 장서가와 연구자가 모인 학술 단체인 근대서지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한국근대문학관이 보유한 장서뿐 아니라 근대서지학회와 회원이 소장한 희귀 원본이 공개됐는데, 함 박사는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좀처럼 다시 만나기 힘든 전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우라나라의 첫 소설 앤솔로지(선집·選集)인 '현대명작선집' 원고본이 처음으로 발굴·공개됐다.
1926년 10월 10일이라는 날짜가 명기된 친필 원고본으로, '탈출기'로 유명한 최서해와 요절 작가 김낭운 등이 편집했고, 이광수·염상섭·김동인·현진건 등 당대 최고의 소설가 15명의 15작품이 실렸다. 실제 출판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고본이지만 한국 최초의 소설 선집의 원고본이라는 점과 우리나라에 단 한 점만이 존재하는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 '혈의누'가 처음 실린 신문 '만세보'와 최인훈의 '광장'이 처음 발표된 잡지 '새벽' 연재본 등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작인 이상의 '날개' 최초 발표본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친필 서명본 등도 흥미로웠다.
문학과 관련된 전시임에도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도 뜻밖의 수확이었다.
김환기의 그림으로 장정을 꾸민 계용묵의 작품집 '별을 휀다', 천경자의 그림으로 표지를 꾸민 박경리의 단행본 '불신시대' 등과 길진섭·김용준·나혜석 등이 그린 장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이날 전시를 살펴본 서주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은 "문인과 화가가 협업한 모습을 살펴보는 경험이 특별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가 '문학'을 주제로 하는 전시라서 어렵거나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MBTI' 게임과 전시 중인 소설 작품을 원고지에 손으로 필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함태영 박사는 "국립기관은 물론 외국에서도 이런 규모의 전시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많은 분이 꼭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4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