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금강산'이 작곡·발표된 지 올해로 61년이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즈음 실향민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모든 국민에 의해 불리며 '국민 가곡'으로 애창됐다.
'KBS 열린음악회'의 최다 연주 가곡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베스트 앨범(DG)에 이어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마이 월드' 앨범(데카) 등 세계적인 레이블에서 낸 음반에 수록됐다. 러시아의 볼쇼이 합창단도 자신들의 앨범에 '그리운 금강산'을 담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서 열린 쓰리(3) 테너(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공연에서도 불리며 세계인들에게 감동의 선율을 선사했다. 이후 내한하는 해외 정상급 성악가들의 공연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 한국전쟁 11주년을 기념해 KBS의 청탁을 받아 인천 강화 출신의 두 예술가인 시인 한상억(1915~1992)과 작곡가 최영섭(93)이 공동 작업한 칸타타 '아름다운 내 강산' 중 한 곡이다.
'아름다운 내 강산'은 '동해의 여명'과 '정선 아리랑 주제에 의한 환상곡'에 산, 강, 바다를 주제로 한 3곡씩 더해서 모두 11곡으로 구성됐다. 이 중 '그리운 금강산'은 산에 해당하는 노래 중 한 곡으로, 산뜻한 가락과 애끊는 호소력으로 맵시있게 짜여졌다.
최영섭은 당시 인천 숭의동 집에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그리운 금강산'을 완성했다. 곡을 쓰기 전 작곡가는 삼촌에게 일전에 가본 금강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삼촌의 이야기에 담긴 심상이 음악으로 잘 표출됐으며, 한상억의 시구와도 어우러지며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영섭 산뜻한 선율과 한상억 애끊는 시구 어우러져
'지역사회 한마음 한뜻' 2000년 문예회관 노래비 세워
세월이 흐르면서 작곡가의 몸과 마음도 노쇠했다. 경제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더해서 2010년 즈음 확인된 전립선암은 작품을 정리하는 노(老) 작곡가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2000년 8월 15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앞 공원 한 편에서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제막식을 주도했던 인천 문화계와 지역사회는 꾸준히 작곡가를 도우면서 응원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말 작곡가의 구순(九旬)을 맞아 기념 연주회와 이벤트들로 채워졌다.
한국예술가곡보존회와 K클래식 운영위원회 주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기념 음악회가 열렸으며, 인천 엘림아트센터에선 인천문화재단과 (사)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콘서트 '작곡가 최영섭, 오마주 투 코리아(Homage to Korea)'를 개최했다. 두 음악회 모두 대표작인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최영섭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70여년에 걸쳐 구축된 작품 세계를 조명한 거였다.
마지막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5회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었다. 당시 연주회의 메인은 '그리운 금강산'으로 장식했다. '그리운 금강산' 연주 전에 "작품을 통해 고향 인천을 빛내고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한 작곡가에게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과 박남춘 당시 인천시장은 각각 준비한 공로패를 증정했다.
연주회 후엔 리셉션장으로 자리를 옮겨 최영섭 선생을 기리는 '장미 헌정식'을 개최했다. 지역 인사들은 노 작곡가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장미 한 송이씩을 전달했다. 또한 작품을 정리하고 출판 작업을 진행하는 작곡가에게 후원금도 전했다.
1989년부터 최영섭과 교류를 이어온 정지연 광원건설 회장과 한유순 광원아트홀 이사장 부부는 2018년부터 1천여 곡의 수기 악보와 파트보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광원아트홀로 가져와서 정리하고 전산화 작업을 했다. 훗날 전시와 보존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악보들이 습기 등으로 인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했던 거였다.

수년 동안의 과정을 거쳐 전산화 작업이 마무리된 악보와 작곡가의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친필 악보 등은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됐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올해 4월에도 작곡가의 자택에서 유물을 인수했다. 오디오 장비도 있고, LP와 CD 등 음반도 있다. 177박스 분량이었다. 박물관에선 이달 말께 한 번 더 자택을 방문할 예정인데, 가구류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작곡가는 자신의 유물들이 고향 인천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무상으로 기증했다. 박물관 측에서도, 기증품을 토대로 상설 전시실을 확보해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떼아뜨르 다락 후원회는 최근 인천 중구 신포동의 다락소극장 전시실에서 '그리운 금강산과 세 분의 인연'이라는 주제로 한 전시회를 시작했다. 전시회는 최영섭과 한상억,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문총 인천지부 부위원장으로 문화예술계를 이끌었던 신태범(1912~2001) 박사 등 3인의 육필 원고와 저서, 포스터, 팸플릿 등으로 꾸며졌다.
세 분의 주요 활동 공간은 지금의 신포동이었다고 한다. 모두 문총 인천지부 회원이었던 세 분은 당시 신포동에서 유명했던 '문화인의 집 유토피아 다방'에서 문화와 예술을 논하며 창작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11월 30일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회는 '그리운 금강산'의 탄생과 당시 시대상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연주회 잇단 개최… 친필악보 등 유물 시립박물관 기증
활동무대 신포동서 전시회… 고향서 생명력 불어넣어
'그리운 금강산'은 남북통일을 염원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지녔다. 이러한 에너지와 작품의 의미는 2000년대 들어서 작곡가의 고향인 인천에서 선양되고 있다. 작곡가와 관련해 인천에서 진행된 일련의 이벤트들은 60여년 전 탄생한 작품에 현재성과 미래성까지 부여한다.
2000년 인천문화예술회관 앞 공원에 세워진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부터 최근 지역에서 일고 있는 작곡가의 유물 보존 활동, 작곡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전시회까지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김영준·김성호기자 ky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