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개관할 인천시립미술관의 특화전략이 '디아스포라(Diaspora)'로 결정됐다. 이민사를 주목한 콘셉트이다. 인천이 한국의 대표적 이주와 이민의 도시라는 점에서 시립미술관의 콘셉트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중국과 일본, 서양인의 거주지역인 조계지가 설치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이 공존했던 이주민의 도시였으며, 1902년에는 하와이 이민선이, 1905년에는 멕시코를 향한 이민선이 출발했던 항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전형적인 디아스포라 국가이다. 한때 재외동포가 900만명을 상회했으며 지금도 730만명의 재외동포가 있다. 전쟁 난민을 뜻하던 디아스포라는 이제 그 배경과 무관하게 모국을 떠나 살아가야 하는 이산과 이주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남북의 이산가족도 디아스포라이다. 그런데 세계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디아스포라는 현대의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인천의 도시적 특성이면서 세계적 보편성도 지니게 된다. 디아스포라는 이산(離散)의 고통을 성찰하고 그 고통을 치유하며 극복하는 감동적 서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의 과제는 특화 전략에 부합하는 소장품을 확보하는 일일 터이다. 인천시는 수립된 콘셉트를 바탕으로 소장품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구입 예산이다. 인천시가 책정한 소장품 구입비는 80억원에 불과하다. 본래 300억원이었으나 행안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사업성이 낮게 나오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미술품 구입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첫술 밥에 배부를 수 없겠으나 자칫 작품 없는 미술관, 감동 없는 전시장이 될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전략도 준비해둬야 한다. 미술관 건축, 소장품 구입 외에 별도의 콘셉트 강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인천시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10년째 개최해오고 있으며, 전문가들과 영화인들로부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영화제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운영하고 있는 이민사박물관, 현재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이민사120주년 기념 특별 미술전시회, '코리안 디아스포라-한지로 접은 비행기'도 뜻깊다. 해외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독특한 전시회이다. 이 같은 기관과 프로그램의 연계를 세심하게 준비한다면 인천시는 독창적인 '디아스포라' 문화도시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