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지역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고온다습하고 오염된 환경에 노출돼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노조)는 11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의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며 "환기시설 등 급식실 작업 환경을 즉각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실 종사자 50대 여성 A씨가 숨지는 사고(9월30일 인터넷 보도=인천 한 초교 급식실서 근무하던 조리사 쓰러진 지 8일만에 숨져)가 있었다. 노조는 심근경색으로 알려진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열악한 급식실 환경을 지목했다. 높은 노동 강도와 고온다습한 환경,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19년 871건에서 지난해 1천206건(인천 53건)으로 늘었다. 유형별로는 넘어짐(327건), 화상(307건), 근골격계 질환(156건)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초에는 경기도 학교 급식실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사망한 노동자가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인천학비노조, 환기시설 미흡 주장
"전국 1486곳 중 1418곳 기준 미달"
"기름 산화 조리흄, 폐암 발병 높여"
노조는 "전국에서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점검이 완료된 1천486곳 중 무려 1천418곳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급식실 환기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했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예산 등을 이유로 노동 환경 개선에 미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은 조리실무원 1명이 150명의 식수 인원을 맡을 정도로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며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에도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진우 한일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요리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급식실 노동자의 높은 노동 강도 등을 고려할 때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른 작업 환경보다 높을 수 있다"며 "기름이 산화되면서 나오는 발암성 연기인 '조리흄'이 폐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노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노조는 이날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인력 확충 ▲급식실 전체 노동자 정기 검진 실시 등을 인천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인천지역 전체 학교 급식실의 작업 환경을 조사하고 있다"며 "11월 초께 조사가 완료되면 시급한 학교부터 예산을 지원해 환기시설 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