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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세 사기 사건 소송을 진행한지 2년이 넘도록 피고인이 임차인에게 직접 변제한 금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수원시내 아파트 숲. /경인일보DB

 

피해 규모가 250억여원에 달하는 이른바 '수원 전세 사기 사건' 소송(1월27일 인터넷 보도)을 진행한 지 2년이 넘도록 피고인이 임차인에게 직접 변제한 금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죄 형량은 피고인의 변제 의사·능력 등에 영향을 받는 만큼, 오는 20일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임차인 측은 피고인 변모씨가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 줄 의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임차인 중 일부는 경매낙찰대금을 받았지만, 이는 변씨가 자신의 수익으로 피해를 원상 복구하려던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임차인 수, 대출 비율 등 건물의 담보력에 따라 보상 금액이 달라지는 문제를 겪기도 했다.

이 사건 집단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태현 손후익 국장은 "변씨에게 수차례 요청했지만,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익이 있었음에도 이를 합의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자금 여력이 안 된 임차인들은 배당된 건물을 받을 수 없었고 경매를 거쳐 남은 채권만 119억여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임차인 측은 이번 사건을 일종의 계획범죄라고 봤다. 변씨가 소유한 부동산 중 일부는 2019년 무렵부터 친척과 지인 등에게 명의가 이전됐는데, 보증금 변제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처였다는 것이다. 전세금 반환 소송에서 임차인이 승소하더라도 부동산 명의가 임대인이 아니라면 부동산을 강제 처분할 수 없다.

임차인들은 부동산 명의 이전을 취소하기 위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형사소송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수익 있어도 합의금 사용 안해
명의 이전 등 계획범죄도 의심
20일 선고 공판… 판결에 주목


반면 변씨는 사업 부도를 이유로 들고 있다. 변씨 측 변호인은 "사업이 부도가 나 스스로 변제할 능력이 없었고 계획범죄였다면 보증금을 또 다른 투자에 이용하는 게 아니라 (변씨가) 잠적했을 것"이라며 "현재 임차인 중 절반 이상은 변제를 받았다. 자의에 의해 스스로 돈을 건네주건, 그 사람 재산에서 받아가건 피해 변제가 된 건 맞다"고 했다.

또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피고 측 대리를 맡은 또 다른 변호인은 "변씨 일가와 전혀 일면식 없는 사이로 건물을 구매한 뒤 갑자기 소송에 휘말렸다"고 말했다.

앞서 변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피해자 406명으로부터 총 250억여원의 임대차보증금 등 경제적인 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금융기관에 담보대출을 받으려고 일부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을 사실과 다르게 낮춰 임대차 갱신 계약서를 임의 위조한 혐의도 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