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끝나면 '땡땡이'… 고3 교실 "2학기는 없다"

입력 2022-10-17 20:13 수정 2022-10-17 21: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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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전경. /경인일보DB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 정은영(가명)씨는 3학년 2학기가 돼 텅 빈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착잡하다. 수시가 끝난 뒤인 2학기마다 학생들이 가정학습제도를 활용해 학교에 결석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교실 불이 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교실에 있는 아이들도 수업 대신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유튜브,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정씨는 "선생님들은 2학기를 '그림자 놀이'라고 한다. 교실에 들어가 출석체크를 하고 그림자처럼 말없이 있다가 온다"며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가정학습기간이 57일까지 늘어나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시에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3학년 2학기에 해당 제도를 이용해 학교를 결석하는 것이다. 


가정학습 제도 활용 결석 부지기수
코로나로 57일까지 기간 늘자 악용
'자퇴고려 학생 7주 숙려' 노리기도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 2020년 이후 연간 최대 57일의 가정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공휴일 등을 제외하고 연간 20일 이내의 현장체험학습만 허용됐지만, 감염병 우려로 지난 2020년부터 가정학습제도가 생겼다.



학생들은 2학기부터 해당 제도들을 활용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학교 대신 학원에 가거나 집, 독서실 등에서 자율학습을 하기 위해서다. 최모(18) 양은 "23명 중 17명이 가정학습을 사용했다"며 "2학기엔 반 분위기가 산만해져 개인적인 공간에서 공부하기 위해 다들 가정학습을 사용한다. 학교에 나오더라도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에게 최대 7주의 숙려기간을 주는 '학업중단숙려제도'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출석이 인정된다는 점을 노려 가정학습기간이 끝난 뒤 해당 제도를 사용해 학교를 빠지는 것이다. 정씨는 "3학년 2학기에 갑자기 자퇴하고 싶다고 숙려제도를 쓰고 다시 학교에 온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는 2학기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가정학습 운영을 각 학교의 자율에 맡겼을 뿐,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학교가 가정학습 사용을 제한할 경우 학부모로부터 항의까지 받는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부장 A씨는 "교육청에서 가정학습을 허용해 줬는데 학교에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옆 학교보다 가정학습을 조금 쓰게 해주면 학부모들에게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교육청서 허용… 제재할 방법 없어
교사들 "학제 개편, 조기졸업 대안"


이에 도교육청은 가정학습제도를 없애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가정학습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을 봐서 최대 폐지까지 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고등학교 학제를 개편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씨는 "2학기에 성적 반영도 안 하는데 수능 이후에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해도 아이들은 다 거부한다"며 "차라리 학제를 개편해 3학년을 빨리 졸업시키고 수능 이후 진로를 탐색하거나 자격증, 운전면허 등 본인이 계획을 세워 자유롭게 배우러 다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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