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0년, 기로에 선 미래·(上)] 한국차산업 출발지 부평 새나라자동차서 한국지엠까지

주인 계속 바뀌어도… 자리 지킨 부평공장
입력 2022-10-19 20:34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20 13면

한국지엠 20년 기획 상편
한국지엠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생산 공장이 들어선 부평공장은 수 차례 간판을 달고 내리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GM 한국 철수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한국지엠의 향후 행보에 인천 지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인일보DB

한국지엠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대우자동차 부도 이후 2002년 10월 간판을 바꾼 뒤 한국지엠과 부평공장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우자동차 시절 현대자동차와 맞붙을 만큼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 인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군산공장 폐쇄 등 수차례 시련을 겪으며 예년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부평 2공장의 생산 설비가 멈추는 가운데 '한국 철수설'도 심심찮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연기관차에서 미래차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 속에서 한국지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2022년은 한국지엠 출범 20주년과 동시에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지 60년째가 되는 해다. 1962년 새나라자동차가 연 6천대 생산 규모의 현대식 공장을 지금의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일대에 세운 것이다.



이전에도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천막 아래에서 폐차된 미군 지프를 해체해 다시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수작업으로 하루 1대를 조립하기도 버거웠던 1960년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현대식 조립 공정을 갖춘 부평공장의 모습은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새나라자동차는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이듬해 7월 문을 닫았다. 부품 대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탓에 더는 생산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컨베이어 벨트 작업 파격
대우차 협력 '르망' 80년대 상징

이후 부평공장의 주인은 수없이 바뀐다.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한 신진자동차가 1965년 165만㎡ 규모로 부평공장 규모를 키우고 자동차 생산에 나섰다. 1972년 신진자동차가 현재 한국지엠의 모회사인 GM과 공동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지엠코리아(GMK)를 설립했는데, GM과 한국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 석유 파동으로 신진자동차가 부평공장을 포기했고, 새한자동차를 거쳐 1983년 대우그룹이 새한을 인수하면서 마침내 대우자동차 시대가 열린다. 1980년대에도 GM과 대우차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차종을 내놓았는데, 이 시대를 상징하는 차량은 '월드카' 타이틀이 붙었던 소형차 르망이었다.

대우자동차가 1992년 독자개발을 선언하며 협력관계를 청산함에 따라 GM과 한국의 인연도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1997년 말 대우그룹이 IMF 직격탄을 맞으며 존폐의 갈림길에 섰고, 결국 2002년 대우자동차가 GM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지엠대우로 새 출발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천 지역 경제·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우차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GM은 대우차를 인수했지만 부평공장까지 통합하지는 않았다.

결국 부평공장은 '대우인천자동차'라는 이름으로 남았는데, GM은 다음과 같은 통합조건을 내걸었다. ▲노사 쟁의로 인한 손실이 전 세계 GM공장 대비 평균 이하를 기록해야 하고 ▲6개월 연속 완전 2교대제로 가동하면서 노동생산성을 4% 이상 끌어올릴 경우 6년 이내에 통합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우인천차는 빠르게 전열을 정비해 수출 100만대 달성 등의 성과를 냈고, GM은 예정보다 3년 이른 2006년 4월 대우인천차를 통합했다. 큰 고비를 넘기고 주인을 찾은 부평공장에 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08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GM도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그해 12월 부평공장이 가동을 멈춘 것이다.

이듬해 어렵사리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서 지엠대우의 실적도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IMF 사태 당시 한국 경제 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대우'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IMF… 인천서 '대우차 살리기 운동'
세계 경기 위축에 실적 내리막길


결국 GM은 2011년 초 지엠대우의 사명을 '한국지엠'으로 바꾸고, 엠블럼도 +자 모양의 쉐보레로 교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한번 잃어버린 흐름을 되찾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내수와 수출을 합쳐 100만대를 여유 있게 넘겼던 한국지엠의 생산실적은 2010년대 들어 60만대로 급락했고, 2017년에는 50만대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잇따른 부진에 GM은 2018년 2월 군산공장 폐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 군산은 물론 인천과 창원에도 'GM 철수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국지엠의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이 8천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수 가능성이 반복되고 있다. 소형 SUV 트랙스의 단종에 따라 다음 달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가운데, GM이 한국 내 '출구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간 50만대 생산'을 내세우며 반등을 꾀하고 있는 한국지엠의 행보에 인천 지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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