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임 사망 사고로 배합기 작업이 중단된 SPC 계열사 SPL이 생산량을 충당하기 위해 배합 노동자 일부를 대구 SPC계열사 제빵공장으로 파견해 배합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매운동 등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앞에서는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뒤에서는 제품 생산의 차질을 우려해 평택 직원들을 대구까지 파견 보내 배합 작업을 시키는 등 앞뒤가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동일한 배합기 운영하는 삼립공장
SPL, 물자 운반해가며 제조 유지
숙소 투숙 주·야간 근무체계 가동
SPC삼립대구공장은 사고 기계와 동일한 배합기가 가동 중이며 SPL 노동자들과 동일한 주·야간 교대 근무로 운영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단 조치로 SPL의 일부 배합기 작업이 중단된 가운데, SPL은 끼임 사고로 중단된 생산량을 충당하기 위해 사고 발생일(15일) 2일 뒤인 17일 배합 노동자 9명을 대구 달서구 SPC삼립대구공장으로 파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 노동자들은 빵에 들어가는 크림이나 고로케 속 등 모든 속재료를 가공하는 '내용물' 생산라인의 노동자들로, 사고가 발생한 '냉장샌드위치' 생산라인 소속은 아니지만 사고 기계인 배합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한다. 전체 20여명이 근무하는 SPL 내용물 노동자 중 9명은 SPL에서 마련한 대구 숙소에 투숙해 주·야간 근무체계를 지켜가며 제빵공장으로 출퇴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PL은 평택부터 대구까지 화물차량으로 물자를 운반하며 배합 작업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물에 들어가는 야채 손질 작업을 맡은 한 노동자는 관리자로부터 부추 등 야채를 손질해 대구로 보낼 예정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한다.
내용물을 받아 완제품 가공을 담당하는 작업자도 대구에서 온 화물차에서 내용물 '노란 박스'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SPL 내부 배합 공정에서 전해 받던 박스와 같은 것이다.
앞서 SPL은 사고 발생 다음 날 생산 라인을 가동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뒤늦게 관련 작업자들에게 휴가를 지시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일부 배합기 작업 중단을 지시받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5일이 지난 20일까지도 SPL은 대구에서 배합 작업을 이어온 셈이다. 더구나 같은 계열사인 SPC삼립대구공장은 SPL보다 규모가 작고 내용물 배합기 대수도 적은데, 기존 작업량에 추가 배합 업무를 지시받자 대구 제빵공장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와 21일 대구 작업마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SPL 관계자는 "현재 조사 진행 중이며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평택 SPL 사망 사고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또 피해자 유족 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SPL 주식회사와 대표이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노동부 경기지청에 고소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평택경찰서에 고소했다.
계열사 샤니공장에선 손가락 절단
한편, 23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의 SPC 계열사인 샤니공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40대 남성의 손가락이 절단됐다. A씨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는 빵 제품 중 불량품이 발생하자 이를 빼내려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시은·이자현·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