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0년, 기로에 선 미래·(中)] 실적 내림세에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

2년간 판매 역대 최저 기록… 국내 생산 차종 2개에 불과
입력 2022-10-23 20:04 수정 2022-10-23 20:1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0-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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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국지엠 부평2조립공장. /경인일보DB

 

한때 100만대에 육박했던 한국지엠의 연간 생산 실적은 최근 들어 4분의 1 수준까지 감소했다. GM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국내 생산 차종의 숫자가 줄고, 경쟁사들과 비교해 성능과 품질 등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내수 점유율은 3.8%(5만4천292대)였다. 해외에서 팔린 차량도 18만2천748대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월 내수 판매량은 2만9천272대, 수출 실적도 14만1천919대에 머물렀다. 출범 이후 역대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02년에도 내수와 수출 총합이 28만대를 넘었으나, 지난해와 올해 성과는 이보다 못한 상황이다.

작년 내수율 3.8%·올 수출 반토막
말리부 중단·스파크 단종 등 감소


2007년 93만대, 2012년 81만대를 기록하는 등 100만대를 넘보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50만대도 아득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한국지엠이 마지막으로 연간 총생산 50만대를 달성했던 해는 2017년으로, 군산공장이 문을 닫기 직전이었던 시기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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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반도체 수급난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점유율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대·기아차의 수출 점유율은 2020년 이후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체 우려마저 나왔던 쌍용차와 르노코리아도 2020년 대비 올해 수출 점유율이 각각 1%, 3.7%로 오르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2020년 15.1%에서 올해 9.7%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산량이 감소하는 원인은 국내 생산 차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5~2019년 사이 단종된 알페온·캡티바·아베오 등 후속 모델의 생산 물량은 해외 공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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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경인일보DB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였던 중형세단 말리부도 2019년을 끝으로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대우차의 베스트셀러 경차였던 마티즈의 후속 모델 스파크, 30년 넘게 소상공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마저 단종되면서 한국지엠의 생산 차종은 이제 2개(트레일블레이저·트랙스 후속 모델)만 남았다.

이처럼 차종이 줄어든 것은 GM 본사가 '효율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생산 배정 차종을 줄이는 대신 해외에서 출시한 차종을 국내에 수입하는 전략이 실패하면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GM 본사 '효율성' 집중으로 줄여
"생산역량 활용 안 한 성급한 결정"
TCK 법인분리 하락 원인 의견도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차종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일정 수준 충족시켰기에 성과를 냈다. 그러나 수입 차종들은 타사보다 가격이 비싸고 품질도 뛰어나지 않아 경쟁력을 잃었다"고 부진 원인을 꼽았다.

이어 "한국 내 판매가 부진하면 GM 본사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효율에만 집중해 한국지엠의 생산 역량을 활용하지 않고 차종 줄이기에 나선 (GM 본사의) 결정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차 시절부터 신차 설계를 담당해온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의 법인 분리가 한국지엠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TCK가 별도 법인이 된 이후 북미와 유럽 지역 모델 개발에만 나서고 있는데, 한국 시장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GMTCK와 한국지엠 공장의 역량을 결집한 차종을 1~2개 추가 배정해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GM 본사는 GMTCK만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나와야 수출 물량도 더 많이 배정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생산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의 성공 여부에 한국지엠의 지속가능성이 걸려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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