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입구 (1)
인천도시공사 본관 전경.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여파가 인천 지역 최대 개발사업 기관인 인천도시공사(iH)채권 발행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5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이 유찰됐고, 내년 iH가 발행 예정인 1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린본드 500억 중 100억만 채워
장기화땐 자금 조달 악영향 전망
'검암 플라시아' 등 주요 사업 앞둬


25일 iH에 따르면 최근 500억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유찰됐다. iH가 발행한 채권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수요를 겨냥해 발행한 그린본드(환경친화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 형태로 애초 5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100억원 정도의 자금만 들어왔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iH가 본격 추진할 예정인 1조4천900억원 규모의 '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과 계양테크노밸리(3기 신도시) 건설 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H는 내년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7천9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 사전승인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이전 승인받은 공사채까지 합하면 1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iH는 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 방식 중 80%를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가뜩이나 채권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H 관계자는 "채권시장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레고랜드 사태로 우리 회사뿐 아니라 국가 공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7일 5%대 이례적인 고금리를 제시하며 4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1천200억원 어치가 유찰됐고, 같은 날 한국도로공사도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아예 전액 유찰됐다.

차입 80%는 채권 발행으로 충당
"국가 공기업들 피해 보고 있어"


정부도 사태가 확산하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경색된 금융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금시장 안정화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금리 인상과 같은 경기 침체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레고랜드는 강원 춘천 중도에 있는 대형 테마파크로, 이 놀이시설을 짓는 데 빚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공공기관의 채무 불이행 선언은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고, 금리인상 여파와 더해져 채권 시장을 급격히 경색시켰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