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이르게 핀 국화꽃 앞에서 부모들은 오열하고, 탄식하고, 실성했다.
31일 오후 수원연화장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모(30·수원)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홀로 돌아오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게 친구들의 설명이다.
"때론 친구… 때론 남편같은 아들"
"착실하고 애교 많은 막내딸이었다"
직접 상주 완장을 차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김씨의 친구 정용(29)씨는 "이태원에 같이 갔던 다른 친구들이 ○○이가 죽었다고 했을 때 장난이겠거니 했다. 이태원에 갔던 10만명 중에 100여명, 그 중에 내 친구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안부도 먼저 물어오고, 내년에 결혼하는 친구의 혼수를 마련해 주겠다고 할 정도로 김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섬세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도 "집에서는 무뚝뚝할 때가 많지만 때론 친구처럼, 때론 남편처럼 정말 든든한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씨의 발인이 진행될 내일(1일)은 원래 그의 어머니가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려던 날이었다. 그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던 아들이 먼저 떠나자 어머니는 허망해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던 지난 9월을 회상하며 아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곧 사진을 찾으러 가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유족·지인 큰 충격 '트라우마 우려'
전문가 "초기부터 상담·진료 필요"
같은 시각 안양샘병원에 마련된 '로즈마리' 오모(25·시흥)씨의 빈소에선 장례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족 전체가 가톨릭 신도인 오씨의 세례명은 '로즈마리'였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오씨는 친구 1명과 함께 핼러윈 축제에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장미 같은 마리아(Rose+Mary)처럼 장미 같았던 청춘의 꽃은 너무도 일찍 떨어졌다.
아버지 오모(57)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딸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취업도 했다. 정말 착실하고 애교도 많은 딸이었다"고 했다. 참사 불과 나흘 째, 로즈마리의 발인은 무심하게도 신속했다. 이날 오후 열린 발인에서 오빠 오모(30)씨가 영정 사진을 들었다. 그녀는 함백산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한 줌 재가 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인해 유족과 지인들이 겪은 충격을 두고 전문가들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우려했다.
전덕인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족들이 실시간으로 이태원 현장을 본 건 아니지만 상실로 인한 충격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며 "국가 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정신과 상담과 진료를 초기부터 도와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2·4·6면("동생·친척이 희생자 될수도"… 안타까움에 발길 이끌렸다)
/유혜연·김동한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