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 끌어안고 오열… "아빠 보고 싶다고 꿈에 나타나"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 한 골목에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가 일어나면서 156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일 오후 경기도 내 한 장례시설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장례가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되고 있다. 2022.11.1 /김도우기자 [e-mail]

지난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의(11월1일자 1면 보도=[이태원 핼러윈 참사] 슬픔에 잠긴 경기도 희생자 가족) 발인이 하나둘 치러지면서, 유족과 지인들은 고인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한 구의 시신이 한 줌 재로 변하는 1시간 30여 분 내내, 분향실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고 모두 재단 위의 영정 사진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봤다.

수원연화장 발인 마지막 작별인사
아버지 두고 하늘로 떠난 외아들
지인 "밤낮으로 열심히 일한 동생"

1일 오전 9시께 수원연화장 장례식장. 김모(30)씨의 빈소 근처에는 김씨의 명복을 기원하는 목탁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김씨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주변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려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친한 친구가 영정 사진을 들고 밖으로 나섰고, 유족과 지인들이 그 뒤를 따라 승화원으로 향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던 발인식이었지만, 분향실 내 모니터에 화장 장면이 비치자 주변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고인의 친구들은 피어나는 향 위에 술잔을 세 번 돌린 뒤 천천히 절을 하며 슬픈 마음을 추스르려고 애썼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과 지인들은 이따금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탄식했다.

김씨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한 친구는 "OO이가 장난끼가 많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친구였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봉안당 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김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유골함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김씨는 봉안당 맨 꼭대기 양지바른 곳에 안치됐다.

주변사람 챙기다가 희생당한 이도
모니터 화장 장면, 일순 울음 터져

이날 오후 12시 40분께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선 아버지를 두고 먼저 하늘로 떠난 외아들 한모(30)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친구 6명이 한씨의 관을 들어 운구 버스에 싣자, 가족과 친구 등 30여 명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씨와 아버지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평소 연락도 자주 하고,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만큼 친구 같았던 아들이었다. 최근엔 운영하던 사업이 잘 돼 한씨가 옷과 구두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12년 동안 한씨와 친한 형 동생 사이로 지낸 A(32)씨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세 달 전부터 배달 요식업 사업을 시작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던 동생이었다. 착실해서 배울 점도 많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씨는 화장 후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수원연화장에 자연장으로 안치됐다. 분쇄된 유골을 흙 속에 묻고 땅을 다지기 전 어머니는 유골함을 끌어안고 오열했고, 아버지는 유골 가루를 얼굴에 비비며 "나중에 아빠 보고 싶다고 꿈에 나타나"라고 통곡했다.

하나의 잔디가 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작업은 10분도 채 안 걸렸다. 가족과 친구는 좀더 늦게 한씨를 보내주고 싶었지만, 다음 대기자가 있어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그렇게 가족과 친구의 작별 인사는 끝이 났다. 이날 경기도 내에서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19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혜연·김동한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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