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나경세(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 센터장은 1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2019년부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 심리 상담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세월호 희생자 유족 62명에 대한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
나경세 센터장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문에 가족을 잃는 것보다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 유족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 사고로 여기지만, 인재에 의한 것은 '누군가가 세심하게 예방책을 마련했으면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에 가족들의 상실감이 더 크다"며 "갑자기 사라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대상에 대한 분노,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 등이 뒤엉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태원 참사처럼 인재로 인한 사고 트라우마, 자연재해보다 더 심각
당장 상담보다 마음 열 '통로' 마련 중요… 국가·지자체가 보살펴야
세월호 참사 유족 등도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안산온마음센터가 2017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세월호 유가족 2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무기력(14.3%)과 우울(14.2%), 짜증(13.9%), 분노(13.2%), 죄책감(12.8%) 등의 심리상태(2020년 4월27일자 3면 보도=[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데이터로 살펴본 '트라우마')를 보였다.
나경세 센터장은 "당장은 유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보다는 이들이 마음을 열어 놓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 사람은 갑자기 가족을 잃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슬픔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힘든 마음을 터놓을 대상이 있다는 점을 계속 안내하면서 (유족들이) 직접 상담에 나설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례 절차를 포함해 사망 신고, 보험 처리 등 유족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하루아침에 가족이 희생된 사람들이 행정적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으므로 지자체가 이러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세 센터장은 "사고가 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변 지인들에게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토로하기 어려워진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은 유족들이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장기간 상담을 지원하는 등 계속해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2·4·6면(유골함 끌어안고 오열… "아빠 보고 싶다고 꿈에 나타나")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