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지진·건축물 붕괴 등 재난 발생 시 소방 협조를 구해 인명을 구조하는 매뉴얼은 정부 차원에서 존재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준용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 사고' 매뉴얼은 정부나 지자체 모두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압사 사고는 대규모 사상자를 낳을 수 있는 안전사고다. 실제 1959년엔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시민 위안잔치에 참석한 관중 3만여 명이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려 67명이 압사했다. 2005년 10월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된 MBC 가요콘서트 도중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문으로 입장하다가 11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이에 선제적 예방과 신속한 대처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를 대처할 매뉴얼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 대처 시스템 마련돼 있지 않아
지자체 매뉴얼 내부 상황만 '한계'
실효성 있게 간단명료히 만들어야
현재 지자체가 다중 인파가 몰리는 축제와 행사 때 사용하는 매뉴얼은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지역축제장 관리 매뉴얼'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공연장 안전 매뉴얼'이다. 하지만 지역축제 관리 매뉴얼은 축제 주최측이 분명해야만 적용 가능하고, 공연장 안전 매뉴얼은 공연장 내부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등 한계가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화재나 지진 등 많은 경우의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압사사고 매뉴얼은 본 적이 없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매뉴얼 마련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기존 매뉴얼을 보완해 압사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매뉴얼 내용을 간소화해 현장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설아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재난안전혁신센터장은 "미국 같은 경우 매뉴얼 책자가 우리처럼 두껍지 않다"며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매뉴얼을 실효성 있게 사용하려면 간단 명료하게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