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교동도 농민 반공법 위반 조작사건 '인권침해'

진실화해위원회, 수사기관 '불법·가혹행위' 재심 권고
입력 2022-11-03 20: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04 3면

1970년대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사는 평범한 농민이 북한을 찬양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재심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최근 제44차 위원회 회의에서 피해자 박모씨의 '반공법 위반 조작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75년 휴전선에 인접한 강화군 교동면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박씨가 마을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돼 찬양·고무(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내용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수사기관은 박씨를 연행한 후 최소 5일 동안 불법 감금한 상태에서 허위 진술 강요, 가혹 행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박씨가 수사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폭행,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北 찬양 안했는데 제3자 신고 모함
반대증언 불구 고발인 증언만 채택
국가가 피해자·유가족에 사과해야


박씨는 북한 찬양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 관계가 좋지 않은 제삼자가 박씨를 신고해 모함했다는 게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다. 재판 과정에서는 여러 증인의 반대 증언이 있었는데도 박씨와 고소·고발 관계에 있던 증인의 증언만 채택돼 피해자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도 침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 사건의 재심 등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수사기관의 직무상 위법 행위와 재판 과정에서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등 피해자에게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음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재심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0년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실미도 부대 공작원 유해 암매장 사건, 납북 귀환 어부 사건, 한국전쟁 전후 강화 교동도 등지 민간인 희생 사건 등 인천지역 사건의 진실을 규명했거나 조사 중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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