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중심으로 '한국형 위스키'가 점점 저변을 넓혀가고 있지만(11월7일자 12면 보도=김포 소재 김창수위스키증류소, 경북 안동에 새 증류소 만든다) 제도적 미비점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위스키 관련 주세를 개정하는 방안을 건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랜 기간 스코틀랜드가 중심이 됐던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아시아 국가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블렌디드 위스키는 일부 제조해왔지만 몰트 위스키 제조가 본격화된 것은 2020년부터다.
남양주에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증류소에서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기원 호랑이 에디션'을 출시했고, 이어서 올 4월 김창수위스키증류소가 김창수위스키 첫 제품을 선보이면서 '한국형 위스키'의 문을 열었다.
저변 넓어지는데 시장 확대 걸림돌
기후 다른 스코틀랜드 기준으로 마련
그러나 몰트 위스키가 국내에서 제조된 지 이제 1년 정도가 된 만큼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테면 주세법 시행령에선 위스키가 자연적으로 증발되는 양을 검정 수량의 최대 2%만 인정한다. 나무 통에 넣어서 저장하면 연간 2%를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정은 스코틀랜드 상황이 토대가 돼,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다는 게 각 증류소의 주장이다.
김창수위스키증류소 측은 "스코틀랜드와 한국은 기후가 다르다. 스코틀랜드는 연교차가 적고 습해 숙성이 느리고 증발도 적은 편이라 1년에 2% 정도가 증발한다. 그러나 한국은 기후가 정반대라 1년에 거의 10%가 자연 증발하는데도 제도는 스코틀랜드 상황을 참고해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쓰리소사이어티스증류소 역시 "실감량은 나라별로, 지역별로 제각각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2%보다 실제 줄어드는 양이 많은데 다른 나라 기준을 차용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다른 전통주처럼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위스키를 제조해도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등도 뼈아픈 부분이다.
지역농산물 사용해도 특산주 미인정
㎘당 '종량세'로 변경 정부에 제안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주세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한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3일 국무조정실에 국내에서 제조된 위스키에 대한 과세체계를 종가세 기준에서 종량세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위스키의 주세는 유통가격의 72%로 일괄 규정하는 '종가세'를 택한다. 인천시 건의의 핵심은 이를 ㎘당 일정 금액을 매기는 '종량세'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다양하게 살피다가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하게 됐다. 소규모 증류소가 설립돼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지만 과도한 과세로 사업성이 떨어져 충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국산 위스키 시장이 활성화되면 경제 효과도 클 것으로 판단해 건의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인천시 건의에 두 증류소는 물론 시장 전반에서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측은 "제도 개선을 꾸준히 촉구해왔다. 인천시가 이번에 주세법 개정을 건의했다고 해서, 인천시에도 우리가 제안해왔던 점을 공유했다"며 "주류 시장은 커져가는데 국산 주류 입지는 좁아지는 상황에서, 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박경호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