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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화재 현장에 방치된 휠체어의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경기침체와 고용시장 위축 등의 경제위기는 가장 먼저, 더 가혹하게 다가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가 어려워도 임금 인상을 보장받는 비장애인과 달리, 최저임금 적용에서 벗어난 근로 장애인은 40%에 가까운 시설에서 임금을 삭감당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시설별 평균임금 현황'에 따르면 도내 직업재활시설 139곳 중 51곳인 36%가 올해 9월 기준 지난해보다 근로장애인 평균임금을 줄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5.0%로, 대다수 근로자는 5.7%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에 버금가는 임금을 보장 받은 반면 장애인들은 생활환경이 열악해진 셈이다. 


경기도내 139곳중 51곳이 올 삭감
시급에 하한선 없어… 처우 열악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자 시설들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들의 임금부터 낮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최저임금법상 장애 등의 이유로 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아 시급 하한선이 없어 사업주가 얼마를 지급하든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실제 김포의 한 시설은 월 평균임금을 지난해 56만9천원에서 올해 24만9천180원으로 56%, 시흥 소재 시설은 61만9천557원에서 30만9천930원으로 50% 삭감했고 수원 권선구의 한 시설은 18만2천100원으로 안 그래도 낮았던 임금을 15만190원으로 더 줄였다.

제과제빵을 하는 수원의 한 시설도 민간 어린이집과 학교로 제품을 납품해 왔지만 코로나19로 행사가 줄어 판매량이 급감하고, 원가 부담이 높아지며 올해 근로 장애인의 임금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등 지원없이 자체수익 의존
지자체 "조정·감독할 권한 없어"


이처럼 장애인들이 저임금 노동과 고용불안에 처해 있지만, 현행법상 보호작업장 등 도내 직업재활시설은 상품의 수익금을 통해 임금을 자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시설은 장애인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만 계약서를 통해 받으면 임금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어 경기 침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장애인의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직업재활시설들이 장애인 평균임금을 대폭 줄인 것은 대체로 사실"이라며 "평균임금이 줄어들 경우 지자체는 시설별로 이유 등을 파악하지만, 임금을 직접 조정하거나 감독할 권한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