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무려 223.4원이나 비싸졌다. 8일 유가 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 30일 ℓ당 2천144.9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 4일에는 1천658.3원으로 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유는 지난달 6일 전국 평균 1천814.6원을 찍은 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 지난 7일에는 1천882.5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역전한 것은 2008년 6월 이후 14년 만이다. 국내에서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세금을 더 높게 부과하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비싸다. 그런데 올해 5월 11일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처음 역전되더니 6월 13일부터 4개월 넘게 경유 값이 훨씬 높게 유지되고 있다.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경유차를 선택했던 전국의 수많은 서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유류세 보조금을 못 받는 영세사업자들의 고통은 더 크다.

대표적 서민 연료인 등유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등유 값이 1년 전보다 무려 60%나 폭등한 탓에 등유 가격이 휘발유에 육박 중인데 심지어 휘발유보다 등유가 더 비싼 곳까지 생겨났다. '서민 연료'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올겨울 북반구에 북극한파가 닥칠 것이란 예보에 서민들은 착잡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경유 수급 차질이 결정적 이유이다. 유럽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겨울철 천연가스를 비축함에 따라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체연료인 경유 수요까지 급증한 것이다. 유럽은 경유 소비량의 6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미국의 등유 경유 재고가 2008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설상가상이다.

경유·등유 가격의 전망은 더 어둡다. 이달부터 산유국들의 감산(하루 200만 배럴)이 주목되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에 계절적 비수기가 맞물려 국제유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경유 휘발유 가격 역전은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유 수급 악화의 '풍선효과'로 다른 석유제품의 가격 불안정도 주목된다. 정유사들이 정제 마진율이 높은 경유생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석유제품 수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고물가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절대다수 민초들의 이중고(二重苦)가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