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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산내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 대신 공터에서 체육수업으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2022.11.8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경기도의 '학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 중인 신도시는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해 학교신설을 요구하는 반면, 구도심 학교엔 아이들이 점점 빠져나간다.

학교의 풍경도 대조적이다. 구도심은 학급이 줄어 일반교실을 특별실·돌봄교실로 전환하고 있지만, 신도시 학생들은 임시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운동장 대신 공터에서 뛰어놀아야 한다.

학생 수 2000명 넘는 파주 산내초
운동장 한가운데 임시교실서 수업
과학·컴퓨터실 사용, 별따기 수준


지난 8일, 파주 산내초등학교에 들어서자마자 공터에서 체육수업 중인 학생들이 보였다. 학생들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다. 교실 바로 앞 복도에서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줄넘기 중이었다. 임시 체육교실로 활용되는 다목적실 안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2018년 개교한 산내초는 48학급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78학급, 2천10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내년 증축공사가 끝나고 나면 83학급, 2천16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지원청의 학생 수 예측 실패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이 받고 있다. 운동장 한가운데를 차지한 모듈러교실(임시교실)로 인해 아이들은 공터·다목적실에서 체육 수업을 받거나, 체육관을 칸막이로 나눠 2반이 동시에 사용한다. 코로나, 증축공사로 인해 한 번도 운동장을 사용해보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

과학실, 컴퓨터실 등 특별교실을 사용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교실이 부족해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전환한 탓에 실험, 정보 실습은 실내수업으로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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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반이 동시에 사용하기 위해 칸막이로 나눠진 체육관. 2022.11.8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산내초 관계자는 "과학 시간이 주 3시간이면 1시간만 실험실을 사용하고 2시간은 교실에서 영상이나 수업으로 대체한다"며 "컴퓨터실도 하나밖에 없어 한 반이 2주에 한 번 쓸까말까다"라고 설명했다.

산내초 박미영 교장은 "앞으로는 심사기준이 완화돼 학교 신설이 쉬워진다지만 지금 과밀인 학교는 증축 외에 당장 해결책이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7㎞ 떨어진 금촌동은 400명대 그쳐
올해 20개였던 학급도 17개로 줄어


반면 구도심은 학생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파주 금촌동은 산내초가 위치한 운정신도시에서 불과 7㎞ 떨어진 구도심이다. 금촌동에서 운정신도시로 학생들이 빠져나가 매년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 A초등학교는 올해 초 학생 수가 500여명이었으나, 운정신도시 입주로 학생이 빠져나가 현재 440명까지 줄었다. 올해 20학급에서 17학급까지 교실 수가 감소해 빈 교실을 특별교실, 돌봄교실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A초등학교 관계자는 "구도심에 위치한 학교들은 신도시 이주로 인해 학생들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도심의 과대 학교', '구도심의 학교쇠퇴'는 재개발 사업이 활발한 경기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수원 망포지구에 위치한 망포초등학교 역시 2019년 개교 이후 두 차례 증축을 추진해 70여학급에 달하는 초과대·과밀학교가 됐다. 반면 개발 20년 만에 구도심이 된 수원 권선지구의 효원초, 효동초는 신도시로 학생들이 빠져나가 학생 수가 200명대에 그친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