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트럭버스코리아(이하 만트럭)가 만든 덤프트럭(2015~2019년식 유로6 엔진 a·c타입 모델 등)을 전국 곳곳에서 운행하는 차주들은 2~4개월에 한 번씩 하루 업무를 뒤로하고 수원지방법원에 모여든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만트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및 (차량)매매계약 취소 청구소송(2020년 11월27일자 5면 보도=독일 만트럭 소유주 '결함 소송'첫 재판…소송가액 6억9천만원)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소송 원고 93명 중 1명인 A씨는 단 10여 분만에 끝난 지난 10일 오전 10차 공판에 참석하려고 이른 아침부터 4시간여 자가용을 몰고 울산에서 달려왔다. A씨는 "오는데 4시간, 돌아갈 땐 6시간까지 걸리는데도 짧은 시간 재판에 참여하는 건 차주들이 억울함을 풀려는 마음에 계속 관심을 갖는다는 걸 호소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렇게 매 공판마다 돌아가며 재판장 방청석을 채우는 차주들만 A씨 등 20~30명이다. 하지만 원고들이 이번 손해배상 근거로 삼은 엔진 계통 여러 부품 고장, 엔진 깨짐 현상과 관련해 지난 2년 새 이미 정부의 리콜(결함 시정조치)이 수차례 이뤄지고 있음에도 재판은 정작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처음엔 원고들이 주장한 결함 등을 아예 거부했던 만트럭 측이 이후엔 재판부를 통해 요구된 정비이력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관련 리콜이 이미 이뤄졌음에도 원고들이 해당 결함을 스스로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등에 따라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
업체측 "결함 스스로 입증" 요구
영업손실·수리비 부담… 매각↑
현재 93명서 8명 소송 포기 전망
이날 공판에서도 만트럭 측은 이미 국토교통부를 통해 진행된 리콜 결함 조사보고서를 제출해달라는 취지로 원고 측이 신청한 '문서송부촉탁'에 대해 "신청 부분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 의견을 냈다.
문제는 길어지는 재판 기간에도 관련 결함은 계속돼 차주들 피해가 불어나는 건 물론 원고 수마저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난 2년 새 영업 손실 및 수리비 부담 등으로 결국 차량을 매각하거나 압류당하는 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다. 당초 101명이었던 원고가 현재는 93명, 여기에 약 8명이 추가로 소송을 포기할 걸로 전망된다.
피해차주모임 대표 B씨는 "우리 모임 말고도 현재 만트럭을 상대로 소송 중인 집단이 많다"며 "견디지 못해 소송 원고에서조차 빠져나간 차주들은 승소하더라도 보상도 못 받기 때문에 하루빨리 재판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