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시대의 그늘·(中)] 비전문가 상담 규제 방안 전무

손쉽게 딴 민간자격증… 내담자 상태 악화될라
입력 2022-11-22 19:30 수정 2022-11-22 19:57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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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격인 '심리상담사 1급'은 수련 과정 없이 필기시험 합격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심리상담'으로 등록된 자격증은 3천451개가 있는 실정이다. 수천 개의 자격증 중 전문학회에서 관리하는 자격증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 소비자는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 사진은 양주시에 위치한 경기북부 트라우마센터. /경인일보DB
 

'상담심리사 1급'과 '심리상담사 1급'. 둘 중 어떤 자격증이 학회에서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자격증일까. '상담'과 '심리' 중 어느 단어가 먼저 나오는지에 따라 전문성은 천차만별로 갈린다.

'상담심리사 1급'은 석사 졸업 후 400회기 이상 상담을 진행하고, 50회 이상의 수퍼비전(전문가에게 내담자와 진행한 상담 내용을 피드백 받는 활동)을 받아야 하는 등 오랜 기간 수련 과정을 거친 상담사를 자격시험 응시 대상자로 둔다. 내담자의 예민한 감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상담사의 자격과 수준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민간자격인 '심리상담사 1급'은 수련 과정 없이 필기시험 합격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22일 전문가와 소비자를 손쉽게 연결해준다는 중계 플랫폼 사이트에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게시글이 400여 개 올라와 있다. 1만원 미만의 저렴한 상담비를 내세우는 글은 70여 개. 저마다 화려한 자격증을 내세우지만, 정작 학회에서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자격증이 등록된 글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이날 심리상담사 관련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 교육기관에 자격증 취득 방법을 문의해본 결과, 마음만 먹으면 1개월 만에 심리상담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안내 직원은 "6주 안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면 된다. 강의를 60% 이상 들으면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다. 이후 자격증 비용으로 8만5천원을 내면 된다"고 안내했다.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1회 실시하고 있다. 궁금한 내용은 그때 강사님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련 과정을 대체할만한 실무과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번 취득한 자격증도 갱신할 필요가 없기에 전문성은 물론이거니와 유지·관리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수련없이 필기 시험만으로 취득
저렴한 가격 내세워 오프라인 활동
법적 근거 없어 사실상 '무법 상황'


현재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심리상담'으로 등록된 이 같은 자격증은 3천451개가 있는 실정이다. 수천 개의 자격증 중 전문학회에서 관리하는 자격증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 소비자는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

물론 이렇게 허들이 낮은 민간 자격증을 들고서 전문 상담소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상담소'라는 이름을 걸고 센터를 차리거나, 온라인 중계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상담 활동을 할 수 있다. 비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을 다룰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는 '무법 상황'에 악순환은 반복된다.

만만치 않은 상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소비자는 부담 없이 비전문가에게 손을 뻗고, 비전문가는 저렴한 상담비를 내세우며 이러한 수요를 붙잡으려 한다. 민간 전문 상담소의 상담 비용은 평균 1시간에 10만원 꼴이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상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10회기 이하의 단기적인 상담일 뿐이다.

결국 수요자인 내담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가 내담자의 정신적 불안감을 섣불리 진단하려 들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나 우울감 등으로 상담하러 온 내담자는 이미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그릇된 조언은 되레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성태훈 지우심리상담센터 원장은 "사람의 심리를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실전에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각 학회에서 수련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심리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언할 경우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내담자들의 심리적 약점을 건드리면서 가스라이팅을 하는 식으로 상담이 진행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시은·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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