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싸인 '인천 고대사'… 대규모 개발사업 덕에 햇빛본다

인천시 '연안의 고대문화와 백제' 주제 학술회의 개최
입력 2022-11-24 19: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1-25 3면
인천 곳곳에서 일어난 대규모 개발사업이 역설적이게도 안개에 싸인 지역 고대사 연구를 촉발하고 있다. 땅속 깊숙이 묻힌 유물과 유적이 개발 과정에서 속속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4일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대강당에서 '인천 연안의 고대문화와 백제'를 주제로 역사 학술회의를 열고,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유적 등 고고학적 성과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인천 고대사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 개최는 10년 만이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3개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 인천 지역 고대 유적 발굴은 1963년 강화군 하도리 지석묘(고인돌)와 1966년 강화군 삼거리 지석묘·주거지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다가 2000년대 들어 폭증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진행한 청동기~초기 철기 시대 유적 발굴 조사 22건 가운데 무려 10건이 서구 검단 지역에 집중됐다. 2010년 이후 검단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나온 유적이다. 나머지 강화군이 6건, 중구 영종도 지역 2건, 미추홀구 문학동 1건, 남동구 구월동 1건, 계양구 동양동 1건 등으로 대부분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발굴됐다. 앞으로 계양테크노밸리, 구월2지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계속되면서 인천 고대사의 '미싱 링크'(missing link)를 채울 유물이나 유적이 더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학술회의는 그동안 발굴된 유물·유적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인천 지역 청동기~초기 철기 시대의 문화 형성과 변화, 마한과 백제의 상호 작용, 서해 항로를 통해 본 인천 고대 정치체 추이 등 연구 결과를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20년간 청동기~초기철기 유적 발굴
2010년이후 검단신도시 조성 집중
강화·영종도·문학·구월·동양동서
계양TV·구월2지구서 더 발견될 듯
분묘·거주지 분석 개방정 성향 가늠

첫 번째 주제를 발표한 김권중 중부고고학연구소장은 인천에서 발굴된 청동기~초기 철기 토기, 분묘, 주거지 등을 분석해 이 시기 인천 거주민은 해양과 내륙을 포괄하는 개방적·적극적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권중 소장은 이러한 성향이 기존 정착민과 이주집단 간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판단했다. 김 소장은 "2000년 이후 영종도의 대규모 개발로 인천 지역의 고고학적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나, 2010년까지는 주로 도서 해안 지역인 강화도와 영종도에 한정된 연구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 내륙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검단신도시의 대규모 유적 발굴 조사를 계기로 인천 지역 전체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박경신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학예팀장은 문헌사에서는 비류백제가 인천에 도읍을 정했다고 거론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관련 고고학적 조사 성과는 소수에 불과했다고 했다. 박 팀장은 "인천 내부에서는 (기존 토착 세력인) 마한을 기반으로 한 복수의 지역 정치체 모습이 관찰됐다"며 "(한성)백제는 서해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경기 남부와 서부 마한 세력을 점진적으로 해체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임동민 고려대 연구교수는 "인천 지역의 삼한~삼국 유적이 대부분 연안 지역에 위치하며 외래의 유물이 출토된다는 점에서 교역로의 기착지이자 중개 무역을 관장하는 소국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인천 지역 초기 정치체는 한강 유역의 백제 중앙보다 오히려 빠른 시기에 하나의 지역 문화권을 형성했고, 남북 방향 연안 항로와 한강 수운의 결절점에서 해양 교류를 통해 성장한 세력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임 교수는 "백제는 3세기 후반 마한주(主)로 대두해 인천을 포함한 주변 마한 소국의 대외교섭권을 통제하고 세력권에 편입했으나, 인천을 지배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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