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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가 됐어도 노화(老化)는 피해 갈 수 없다. 50 넘어 환갑 나이가 되면 신체 변화가 빨라진다. 시력과 청력이 나빠지고, 보고 듣는 게 불편해진다. 젊은이들만 분별 가능한 음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듣지 못하면 소통에 애를 먹고, 점차 고립된다. 우람했던 근력은 30대의 70~80%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지구력은 30대보다 14% 정도, 순간 대처 능력은 20~30대보다 최고 40%까지 떨어진다. 보험사들은 노령자들이 반갑지 않다.

몸과 마음은 같이 늙지 않는다. 소를 그린 화가 이중섭과 동문수학한 화가 김병기(1916~2022)는 장수했다. 2016년 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했고, 2019년 103세에 개인전을 열었다. 늦은 나이에 만개하는 예술인이 많다. 몸은 쇠했으나 정신은 야물어진다. 지혜의 샘에 주름진 나이테가 보태진다. 문화예술인들이 말년에 명작, 명화, 명곡을 쏟아내는 연유다.

"60 지나면 뇌가 썩는다는 가설을 입증하려고 몸소 생체 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 진중권 교수가 유시민 작가를 맹폭했다. 유 작가가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다. 유 작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조금박해' 등이 유명세를 얻으려 당을 비판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유 작가는 젊은 때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 20대와 60대 인격은 다르다.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왜냐면 뇌세포가 너무 많이 죽은 상태에서…"라고 했다. 이 발언을 소환해 진 교수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감싼 유 작가를 비판한 것이다.

이순(耳順)이면 무뎌지고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번잡하지 않으니 귀도 순해진다. 유 작가도, 진 교수도 60을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칠고 사납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유 작가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라고 했다. 진 교수는 "지금 퇴장해도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100세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화두인 세상이다. 상수(上壽)에도 '아직 이르다'며 저승사자를 돌려보낸다. 난타전은 자유지만, 나이 타령은 말아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