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어제처럼 / 산수유 가지에 앉았다 / 어제의 기억만큼 휘어지는 가지 / 새는 발밑에 떨어지는 노란 꽃을 보며 / 날지 못하는 꽃의 허공을 향해 / 무언가 말하듯 분주히 등뼈를 세운다 / 새의 부리로 하는 말 / 새의 가슴으로 하는 말 / 새의 날개로 날아간 말이 쌓여 / 마른 광주리에 수북이 꽃그늘이 되었다 / 새의 어제처럼 / 떠난 뒤에 흔들리는 가지처럼 / 하고픈 말에 갇혀 버린 / 내 그림자의 무게도 흔들리며 거기에 안주해 있다
-김유진 |
이오장 시인 |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고 앞다리는 날개로 변화되어 날 수 있는 짐승을 새라고 부른다. 깃을 조종할 수 있어 방향을 바꾸고 단단한 부리가 이를 대신하며 뼛속을 비워 몸을 가볍게 하여 날아다니는 동물이다. 가벼운 만큼의 힘을 가져야 멀리 난다. 날아다니는 데는 비밀이 있다. 기류의 방향을 잡고 흐름을 감지해야 날아가는 힘을 줄이고 오래 허공에 머무른다. 날갯짓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사람은 새를 동경한다. 김유진 시인도 마찬가지다.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새와 같은 말을 하고 뼈를 비워내어 가슴으로 하는 새의 말을 들으려 귀를 세운다. 시를 쓰기 위한 새로운 언어를 찾으려는 몸짓이다. 시의 언어는 새만큼 가벼워야 하고 노란 꽃에 물들어 색채를 가져야 하며 뼈를 비워 참신성과 진정한 가슴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찾는 언어 중에 어떻게 해야 단단하며 가볍고 진실한 말을 찾을 수 있을까. 기억이다. 새가 앉은 무게만큼 휘어진 가지가 다시 찾아온 새의 무게를 기억하여 그만큼 휘어지듯 체험의 모든 것을 기억해야 단단하고 진실한 말을 찾을 수 있다. 부리로 하는 말은 단단하게, 가슴으로 하는 말은 진실하게 날아가다 얻은 아름다움을 차곡차곡 쌓는 기억이 시의 언어 찾기다. 새를 통하여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비례를 찾고 날 수 있는 언어와 사라지는 언어의 길을 찾은 시인의 사유가 깊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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