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중·고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 다습한 환경과 음식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된 급식실 종사자 일부는 폐암 의심 등 이상 소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이 6일 제공한 급식실 작업환경 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 기준에 만족한 학교는 조사 대상 494곳 중 4곳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폐암에 걸린 전국의 급식실 종사자 13명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이 올 6월부터 11월까지 인천지역 공립학교와 인천시교육청 직속기관 급식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것이다. 


설비 가이드 충족 494곳중 4곳뿐
"대부분 학교 기준 50% 이하 운용"
대상자 0.9% 16명은 폐 결절 발견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만들어 0.7m/s 이상 속도의 환기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기름이 산화하면서 나오는 발암성 연기 '조리흄' 등 급식실에서 생기는 오염 물질을 외부로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해서다. 조리흄은 폐암 발병률을 높이는 물질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급식실 환경 개선 공사를 마친 인천서화초, 인천송담초, 인천연수초, 인천소양초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고용노동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대부분 학교가 기준에 50%도 채 되지 않는 환기시설을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폐암이 의심되는 급식실 종사자들도 확인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올 5월부터 10월까지 인천지역 급식실 종사자 1천847명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했는데, 이 중 16명(0.9%)은 폐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서 35~64살 여성 인구 10만명당 폐암 환자 수가 28.8명(0.0288%)인 것을 고려하면 31배나 높은 것이다.

인천시교육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학교 건물이 오래된 경우 층높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 맞는 덕트(환기배관)나 송풍기 등의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내년에 예산을 투입해 레인지 후드(공기순환설비)와 덕트, 송풍기 설비 개선 공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폐암이 의심되는 종사자에 대해선 "추가적 병원 검진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