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농악보존회
김포농악보존회 장미화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양현자(왼쪽 첫 번째)·박혜란(〃 두 번째)·김혜정 팀장(〃 네 번째). 2022.12.7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농악을 해봤거나, 한국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다. 장구를 치고 싶어서 문화센터에 갔더니 주변에서는 가락이 남다르다며 제대로 배워볼 것을 권유했다.

(사)김포농악보존회 장미화(57) 이사장은 "어릴 때 아버지가 꽹과리 치던 기억만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정도였는데 뭔가에 홀린 것처럼 빠져들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장 이사장은 지난 2016년 김포농악보존회 창립을 주도하고 2020년부터 직접 이사장을 맡아 단체를 이끌고 있다. 보존회에는 사무국 3명의 팀장을 비롯해 전문공연인단 등 약 40명이 활동 중이다. 주된 사업은 김포 농부들의 땀과 희로애락이 서린 농악을 발굴·전승하는 것이고, 매년 정기공연을 하면서 심심찮게 전국대회에서 상도 받아온다.

평야지대였던 김포에는 통진두레놀이 등 곳곳에서 농악이 번성했다. 보존회는 김포의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는 지역 농악의 흔적을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있다.

장 이사장은 "마을 어른들이 농악을 할 때 아이들은 춤만 추며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김포의 아이들은 옥수수잎을 깃발 삼아 옥수숫대를 잡고 농악행렬을 따라갔다"며 "이런 김포만의 잡색(악기 없이 흥으로 판을 휘어잡는 놀이꾼) 문화를 새로 발견해 현대공연에 접목할 때 보람이 컸다"고 했다.

농부들 땀과 희로애락 발굴 전승
변형된 두 가락 명칭 연구 밝혀내
경험 많은 어르신들 작고 안타까워


보존회는 김포만의 장구가락인 '풍뎅이가락'과 '노루궁뎅이가락'의 명칭도 찾아냈다. 연주하던 노인들도 정확한 유래를 모르고 있었으나 보존회는 황해도지방 가락과 함께 유입돼 김포 특유의 가락으로 변형 정착한 두 가락의 명칭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또한 김포에 유독 잡색보다 농상기(농악에 쓰이는 기)가 발달했다는 사실도 발굴해 재현하고 있다.

보존회에는 아주 오래된 농상기가 3개 보관돼 있다. 단체의 취지가 지역에 알려지며 30년 넘은 상모를 기증받기도 했다. 꽹과리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상쇠 계보도를 확보한 것도, 고령 농부의 소고놀음 영상자료를 남긴 것도 중요한 성과다.

장 이사장은 "어떤 어르신은 우리와 만났을 때 다리가 불편해서 잘 일어나시지도 못하셨다"며 "가락을 넣어드리니까 벌떡 일어서서 너무 흥이 나게 소고춤을 추시는데 지켜보던 모두가 울컥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농악을 하셨던 어르신들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바로 얼마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미래세대가 시간이 흘러서도 김포의 농악을 목격할 수 있는 전시시설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