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안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 (feat.수난구조대)

입력 2022-12-15 19: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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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현 남양주소방서장
국민 생활의 안전을 책임지는 119구조대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부산 등 경기가 진행되는 7개 도시의 안전관리를 위해 설치한 9개의 구조대가 그 시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긴급구조 119'라는 방송을 통해 잘 알려졌으며 2011년 설치 근거 등을 명문화한 '119법' 제정과정을 거쳐 36년이 흐른 지금, 전국에는 275개의 구조대에 5천284명의 대원이 근무하고 있다.

119구조대는 일반적인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 일반구조대와 수난·산악·화학 등 지역의 위험 등을 고려해 설치하는 특수구조대로 나뉜다. 이중 특수구조대는 전국에 24개(수난 13, 산악 9, 화학 2)가 있고, 경기도에는 가평·양평·김포 3곳에 수난구조대가 있다.

수난사고는 집중호우와 태풍이 찾아오는 여름과 가을철을 중심으로 연중 끊임없이 발생한다. 행정안전부에서 발간한 재난연감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수난사고는 7천399건으로 사망자 수는 514명, 부상자 수는 877명에 달한다. 그중 경기도가 1천102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강원(681건), 부산(596건), 서울(581건) 순이다. 경기도에서 강·하천에서의 수난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가평(58건), 화성(51건), 남양주(47건) 순이다.



그렇다면 경기도에서 수난사고를 가장 많이 처리한 소방서는 과연 어디일까? 최근 2년간(2020~2021년) 경기도 수난구조 통계를 보면 남양주(135건), 가평(123건), 양평(122건) 순으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남양주소방서에서 가장 많은 수난사고를 처리했다. 하지만 정작 남양주소방서에는 수난구조대가 없다.

남양주시는 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지류인 왕숙천이 지나는 6읍·3면·7동 규모의 도농복합시로 천마산, 축령산, 운길산 등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산과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다수의 소방대상물이 존재해 각종 사고가 빈번하다. 2021년 남양주소방서의 구조처리 건수는 9천825건으로 한 해 동안 843명을 구조했다. 경기도에서 용인과 화성 다음인 3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국을 통틀어도 상위권에 속한다.

모든 이가 잘 알고 있듯 구조출동도 구조대상자에게 얼마나 신속히 접근하는가가 그 성패를 결정한다. 하지만 남양주소방서 관할인 458㎢ 면적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화재 등 각종 재난구조를 1일 근무인원 8명의 구조대원이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도심지에 위치한 구조대가 수난·산악지역으로 접근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심지의 일반구조 출동 중이라면 수난구조 출동 공백이 우려되고, 수난구조 시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늘 재난사고 대응에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러한 한계상황에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명구조는 앞서 언급한 신속한 출동과 더불어 전문적인 구조대원, 특수장비를 활용한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수난·산악·화학사고는 그 대응에 있어 전문성과 특수성을 더욱 필요로 한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일반구조대와 별도로 수난구조대를 따로 정하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법령에서는 지역의 특성과 함께 재난발생 유형과 빈도를 고려해 특수구조대를 설치하도록 기준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에서 수난구조 처리 건수가 가장 많은 남양주에도 하루빨리 전문 119수난구조대가 설치돼, 도민들에게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난구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느덧 기온이 내려가 난방 등을 위한 화기취급이 많아지면서 화재가 빈발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는 계절이 찾아왔다. 올해 겨울에는 대형화재가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관내 위험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조경현 남양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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