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제물포의 의미

입력 2022-12-11 18:52
지면 아이콘 지면 2022-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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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시가 한때 '제물포시'로 불렸다는 걸 안 건 부끄럽게도 몇 개월 전이다. 올여름 인천시가 행정구역 개편 구상을 발표했던 무렵이다.

미군정(인천군정청)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10일 인천부(仁川府)를 '제물포시'로 개칭하고 당시 부윤이었던 임홍재를 제물포시장으로 임명했다. 제물포세무서장, 제물포우편국장, 제물포보안서장 등이 새로 취임했다.

당시 대중일보 보도에 따르면 임홍재 초대시장은 10월20일에 제물포시의 시정방침에 대한 발표를 했다. 재정대책, 물가문제, 공장조업 촉진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임홍재 시장은 "신규 사업을 실시해 재정을 보충하고, 세금을 올려 대제물포시 시민의 살림살이를 운영하겠다", "노동대중과 봉급자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물가 문제를 적정히 조정해 생활을 안정시키겠다", "실태조사를 진행해 시급히 공장들이 조업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산업으로 전환되도록 하겠다", "노동대중의 최저생활을 확보하겠다", "실업자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급등하는 물가와 실업 등 해방 직후 혼란했던 지역경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위생문제와 교육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시기 대중일보의 주소도 '인천부 궁정2'에서 '제물포시 궁정2'로 바뀌었다.

임 시장의 시정방침 발표 며칠 뒤(10월27일) '제물포시'는 다시 인천시로 바뀌게 된다. '아직 정식의 결정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천부가 제물포시로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인천시로 바뀐 과정과 배경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물포시' 시장이 임명되고, '제물포'를 기반에 둔 주요 기관장에 대한 후속 인사가 진행됐다. 제물포시 시정방침이 발표되고, 언론사 주소도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번 바꾼 명칭을 다시 바꾼 이유나 배경을 담은 자료는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해방직후 '인천부→제물포시→인천시' 개칭
개항후 무역 활발 국제도시 표현 무리 없어


다만 우리나라 지명에 대한 미군정의 인식이 달랐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제물포는 지금의 중구 중앙동과 항동 일대의 작은 포구였다. 이 지역은 개항 이후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던 곳이 됐다. 청나라와 러시아, 영국 영사관이 자리잡았다. 다른 나라의 무역상사들이 들어서 활발히 활동하던 지역이기도 하다. 국제도시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고 지역사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외국인들에겐 인천보다 제물포라는 지명이 더욱 익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제물포라는 단어가 지역 관가에 많이 쓰이고 있다.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를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면서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옛 제물포(인천 내항)와 주변 중구·동구지역 원도심을 문화와 관광, 산업이 융합된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내항 재개발과 연계 철도 교통망 확충, 항만·역사·문화 연계 관광콘텐츠 다양화, 정주여건 개선 등이 주요 과제다. 인천시는 이를 위한 조직을 갖추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사업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인천시 주도로 내항 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권한 이양 등 협조를 받아야 한다. 앵커시설 등 투자 유치에 필요한 인센티브 마련을 위한 협조도 필요하다. 중구 원도심 지역과 동구를 묶어 '제물포구'를 만들겠다는 행정체제 개편 구상과 맞물려, 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市,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본격 준비 나서
의문 제기 목소리 여전… 시민 공감대 중요

 

제물포 르네상스를 두고 '미추홀구 경인전철 제물포역 일대를 재개발하자는 것인가', '개항장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사업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인천보다 익숙했던 제물포, 짧게나마 인천을 통칭하는 명칭이었던 제물포가 10년 뒤, 혹은 20년 뒤 어떤 의미로 여겨질지 궁금하다. 거창한 구상을 기반으로 시작됐던 사업들이 그렇지 못한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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